체코출신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11일 별세했다고 로이타 통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향년 94세
1929년 체코 브르노에서 태어난 쿤데라는 작곡과 영화를 공부했다. 당시 공산 체제였던 체코에서 시와 극작품을 쓰며 프라하 고등 영화 연구원 교수로 일했다. 이때 남긴 초기작품이 [농담] [우스운 사람들] [이별의 왈츠] 등이 있다.
쿤데라는 1967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농담]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체코의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하면서 외압에 시달렸다. 1975년 46세의 나이로 공산정권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고 1984에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펴냈다.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삶과 사랑을 다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39세 나이로 프라하의 봄에 참여해 공산당의 전체주의를 비판한 쿤데라는 저서가 압수 당하고 집필과 강연 활동에 제한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쿤데라의 저작은 1989년 벨벳 혁명으로 체코의 공산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모국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쿤데라의 작품은 시점이 오락가락해서 읽기가 어렵다 [농담]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수월한 편이다.
농담 1967년작
1948년 체코의 전체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주인공 루드빅은 겨우 농담 한마디로 인생의 파멸을 경험한다.
때는 공산주의 혁명에서 성공한 후 사회주의 건설에 앞장서던 시절이었다. 루드빅은 자기가 좋아하던 여성 마르케타가 있었는데 방학 중에 같이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마르케타는 방학에 당의 교육연수에 참가 한다고 거절하면서 그 연수가 기대되고 신난다는 말을 한다. 루드빅은
질투심으로 거의 죽을 지경이다.
연수 장소에서 그녀는 루드빅에게 편지 보내면서 자신이 체험하고 있는 모든 것에 진정으로 동의하고 15분간의 아침체조, 보고, 토론회,노래 등의 모든 것이 황홀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건전한 정신이 그곳을 지배하고 서양에서 혁명은 이제 시간을 끌지 않을 것이라고 덧 붙이고 있다.
루드빅은 그녀의 주장하는 모든 것에 다 같은 의견이고 동의하나 단하나 나는 그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녀는 그곳에서 만족스럽고 행복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에게 무관심한 그녀에게 질투심이 나서 그녀의 마을 상하게 하기 위해 엽서를 보낸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움의 악취가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루드빅
질투심에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다. 이 농담이 주인공을 파멸로 이끈다.
이 사적인 편지가 공산당의 학생위원회로 넘어가고 완전히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사회주의 건설에 매진하는 젊은이들을 조롱하면서 스탈린의 적인 트로츠키를 찬양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질투심 때문에 가볍게 던진 농담이 사회의반역자가 된 것이다.아무리 농담이라고 변명해도 공산당 학생위원이고 동지애로 뭉친 친구들도 루드빅의 해명을 들어 주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루드빅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차기 위원장 제네맥에 의해 당과 대학에서 축출 당한다.
진실을 외면하고 인민재판으로 유배를 보내는 이런 사회에 대한 굉장한 증오와 환멸을 가지게 된다.
자신한테 일어난 모든 일에 상당한 배신감을 갖고 이 사건을 절대 잊지 않고 복수하리라 다짐한다.
루드빅은 당에서 제명당하고 학교에서도 제적당해 군에 입대할 수밖에 없었다. 군 생활은 혹독했고
힘들었다.
아침에 탄광노역 오후에는 엄격한 훈련, 청소 작업, 정치 학습, 의무적인 합창 하루하루가 똑같이 이어졌다. 루드빅은 모든 것이 끝났다. 공부, 운동, 일, 우정, 사랑, 한마디로 의미 있는 인생행로는 끝난 것이다. 이제 가망없이 내가 놓여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15년의 강제 노역이 끝나고 고향에 방문해 옛 친구 야로슬라프를 만난다
야로스라프가 보기에 루드빅은 공산당원에서 냉소적인 현실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그런 루드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를 보고 다시 고향을 떠난다.
시간이 흘러 루드빅은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데 방송국에서 헬레나라는 기자가 취재를 나왔다.
루드빅은 헬레나와 대화를 하며 그녀가 자신을 제명했던 제마넥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마넥을 용서하지 못한 루드빅은 복수를 하고자 헬레나를 유혹해 집으로 데려와서 성관계를 가진후 그녀의 얼굴을 막 내리친다.그녀는 쾌락의 비명을 지른다.
가학적인 복수극을 끝낸 그는 크게 만족하면서 승리감을 느낀다.
그러나 루드빅이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고향 모라비아 전통축제에서 제마넥을 만났는데 그 옆에 젊고 예쁜 브르조바라는 여자가 있었다.
제마넥은 과거 사건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루드빅과 헬레나 사이를 알고 있다는 듯 ‘헬레나는 여전히 아름답고 능력있고 멋진 여자야 잘 만나봐’ 하고 브르조바와 팔짱을 끼고 떠난다. 제마넥과 헬레나는 삼년 전부터 관계가 틀어졌고 헬레나가 이혼을 해주지 않아서 어떻게 떼어낼까 고민하던 찰라 였다.
루드빅의 복수는 제마넥을 도운셈이다. 복수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굴욕과 수치로 숨이 막혔다.
더 이상 복수하려던 상대는 존재하지 않고 15년 동안 칼를 품고 살다가 아무 소용도 없는 복수를 하고 깨달은 것은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그때 제마넥이 대학 강당에서 [교수대 아래서 쓴 르포]를 낭독 하면서 자신을 제명할때 그의 따귀를 때렸었야 했던 것이다. 미루어진 복수는 환상으로, 자신만의 종교로, 신화로 바뀌어 버렸다.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닌데 복수는 신화 속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채 그대로 남아 있다.
내가 그에게 날려야 할 따귀는 다시 되살릴 수도 다시 복구할 수도 없이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