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카톡소리가 난다.

가족카톡과 도서관만 알림설정을 해놓아서 열어보니 도서관에서 반납기일을 알리는 메세지가 떴다.

분명히 몇칠전에 510일로 대출연장을 했기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보고있는데 53일까지 반납하란다.

무슨 착오가 있을 것이다. 내일 전화하면 곧 해결될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다.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어서 원하는 책은 대부분 다 있다.

대학생때, 직장을 다닐때는 청계천은 헌책방의 성지였다. 시간 날때마다 헌책방을 뒤지고 다니며

 세계문학전집, 헤밍웨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헤르만햇세 ,앙드레지드 ,까뮈, 카프카, 푸쉬킨, 샤롯트 브론테 , 에밀리 브론테, 제인 오스틴, 토마스 하디, 허슬리, 조지오엘, 카잔차키, 마가레트 미첼, 루이제 린저, 서머싯 몸, 기드 모파상, 사강, 윌리엄 골딩, 체홉, 고리끼, 파스쩨르나크, 에드거앨런 포우, 한국문학전집 등 사서 읽었다.

나이 들어서 아직까지 소장하고 있는고전 책을 읽으려니 글씨가 너무작고 세대마다 문학의 고전은 새로 번역된 것을 읽어야해서 감동이 예전만 못하다.

다시 그 많은 책을 사자니 책값에 돈이 많이든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도서관을 운영하여 책을 볼 수 있으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예전에 다 읽은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다시 새롭다.

기원전 책 길가메시 서사시, 호모의일리아스( 천병희 교수님의 원전번역 )오딧세이, 오비디우스의변신도있고 그리스 로마신화, 단테의 신곡,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초서의 캔터베리이야기등

주옥 같은 책을 무상으로 본다.

그래서 많은 책을 빌려서 읽었고 계속해서 읽을 것이다.

반납기일이 지나면 벌점이 있어서 신경써서 지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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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1939) 헤밍웨이

 

킬리만자로는 높이 6000m가 되는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의 최고봉이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누가에 누가이즉 신의집이라고 불린다. 그 서쪽 봉우리 정상에는 얼어 붙은 한 마리의 표범의 시체가 있다.

도대채 그 높은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았던가? 아무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 해리라는 작가가 아프리카에 수렵 여행을 하던 중 가시에 찔리는 가벼운 부상을 입지만 즉시 소독약을 바르지 않아서 상처 부위가 커지고 다리에 괴저가 발생했다.

한때는 그런대로 촉망받는 작가에 속했지만 헬렌 같은 부유한 여자와 결혼하고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작가의 성실성을 잃어갔다. 물론 해리는 자신이 부자들과 한 패거리가 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그들의 삶을 잘 안 뒤 그들에 관해 작품을 쓰려고 했던 것이라고 변명을 한다. 내심으로는 언젠가 이 사람들, 엄청난 부자들에 대한 얘기를 써 보리라고 마음먹는다. 자신은 실제로 그들에 속한 사람이 아니고 다만 그들 사회의 스파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러기에 그 사회를 떠나 그것에 대해 작품을 써보리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마음 뿐, 해리는 엄청난 부자인 헬렌과 결혼을 해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면서 자신의 재능을 낭비한다.

아무 것도 쓰지 않아서 재능은 우둔해지고 의욕도 떨어졌다.

자신의 나태해진 것을 느낀 해리는 새 출발을 하고 싶었고 그 출발을 위해 부인과 함께 아프리카로 온 것이다

해리는 아프리카를 좋아했고 그가 가장 행복란 시절을 보낸 곳이다.

그렇지만 지금 다리는 썩어가고 통증과 죽음과 싸우고 있다.

구조를 요청했으나 그들의 캠프는 워낙 오지여서 시간이 걸릴 것을 예상했다.

헬렌은 지극 정성으로 돌보았지만 통증과 다리가 썩어가는 냄새에 헬렌에게 다리를 잘라 달라고 한다. 헬렌은 곧 비행기가 도착 할 것이라며 해리를 진정 시킨다.

해리는 얼마든지 쓸 것이 있었고 언젠가 쓸 때가 오리라는 생각에 쓰지 못한 글들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헬렌에게 받아쓰기 할 수 있는냐고 물으니 자신은 해보지 않아서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결국은 쓰지 못했다

해리는 쓰지 않은 자신의 재능과 살았던 날들의 후회, 죽음을 앞두고 회환이 밀려왔다.

즐기면서도 알 수 없었던 진실들 그에게는 얘기할 만한 진실이 없어서 거짓말이 습관이 되어버린 삶

괴저가 발생한 후 고통보다 심한 피로와 이것이 종말이라는 분노를 느꼈다.

죽음은 두렵지 않으나 죽음이 입김이 공간을 차지하면서 서서히 다가옴을 알 수 있었다

그날 밤 해리는 비행기를 타고 나가는 꿈을 꾼다. 옛친구 켐프턴대장이 데리려 왔다.

비행기는 상승했고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지나가고 켐프턴이 뒤돌아 보며 싱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멀리 가리킨다.

그곳은 전 세계 인양 폭이 넓은 거대하고 높은 킬리만자로의 네모진 꼭대기가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만큼 희게 보였다.

순간 해리는 자기가 가고 있는 곳이 바로 저곳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헬렌은 롱아일랜드의 자기집에 있는 꿈을 꾼다.

하이애나의 울음소리에 잠이 깨었고 불안감이 밀려와 해리가 잠든 침대를 보았다.

해리의 몸뚱이는 그대로 있었지만 다친 다리에 붕대가 풀어 해쳐져 있고 다리는 침대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여러 차례 음성을 높혀가며 불렀지만 그는 대답이 없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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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거라(1929년 헤밍웨이작)

헤밍웨이는 1차 세계대전을 참전한 경험으로 쓴 글이고 자신이 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했다. 즉 전쟁과 사랑 이야기다. 전쟁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가를 하드 보일드 스타일로 썼다.

주인공 헨리 중위는 로마에서 건축 공부하던 미국 유학생이다.

1차 세계 대전 중에 부상병을 야전 병원에 실어 나르는 이탈리아 구급차 부대에 들어가 국경지역 전반에서 복무를 하게 된다.

그는 창녀들과 가벼운 하룻밤 보내는등 사랑을 믿지 않고 사랑은 브리지의 일종의 게임이라고 생각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 병원에 금발에 황갈색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영국인 캐서린이 오게 된다. 그녀는 다른 전투에서 8년간 사귀어온 약혼자를 잃고 실의에 차서 지낸다.

헨리는 그녀에게 큰 사랑을 느끼지 않고 사랑 할 생각도 없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욕정을 느끼어 두 번째 만남에 키스를 한다. 그런 헨리에게 외로운 캐서린은 빠져든다.

국경지역 전투에 출동한 헨리는 참호 속에서 부하들과 치즈와 와인으로 저녁을 먹다가 참호용 박격포를 맞게 된다. 그는 다리에 파편이 박히고 큰 부상을 입어 미국인군인을 수용하는 밀라노 한 병원으로 이송 되는데 캐서린이 이 병원으로 옮겨 왔다. 부상을 당해 의기소침하게 누워있던 헨리는 병실에 들어오며 환하게 웃는 케서린을 본 순간 이제야 자신이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헨리와 캐서린은 밤에 뜨거운 사랑의 행각을 벌리고 낮에는 밀라노 공원과 레스토랑을 산책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헨리의 다리가 거의 회복되자 군에서는 다시 전선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캐서린은 헨리에게 임신 한 사실을 말한다.

전선으로 복귀하는 날 밤 기차는 밤 1030분경에 밀라노에 도착하여 자정에 떠날 예정이다. 헨리와 캐서린은 거리를 걸어 다니다 싸구려 호텔에 들어가 이별의 정을 나눈다

그리고 캐서린은 우리는 집에서 오랫동안 편안히 지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 모습을 헤밍웨이는 전쟁은 사랑하는 연인들이 아늑한 집을 잃고 헤매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선의 군인들은 저마다 적보다 전쟁을 증오하고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소원하고 신께 기도한다. 너무 어리석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알 수도 없는 놈들이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고 그래서 이 전쟁이 계속 된다고 한다. 게다가 그들은 전쟁으로 돈을 번다고 한다.

헨리의 친구이자 유능한 외과의사인 리날디는 이놈의 전쟁이고 말고 다 지옥으로 꺼지란 말이야.” 그는 의자에 풀석 주저앉는다. 될대로 되라지. 이놈의 짓거리는 깡그리 지옥으로 꺼지란 말야. 그는 창백한 얼굴로 초점 풀린 눈빛으로 도전하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리날디가 웃었다. “상관 말게 난 약간 돌았으니까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전장에 포탄 로켓탄이 수없이 발사 되었고 기관총과 소총 소리가 점점 곳곳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한밤중에 후퇴를 준비하라는 전갈이 왔다. 마을 주민들과 군인은 추적추적 가을비를 맞으며 남쪽으로 피난길에 오른다. 헨리와 다른 세 명의 부하들은 구급차에 나눠 타고 야전 병원의 장비를 수거해 가며 퇴각 길에 오른다. 그러나 구급차는 좁은 진흙길에 수많은 군인과 피난민 행렬에 막혀 좀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이를 피해 샛길로 빠졌다가 세 대의 구급차가 모두 진흙에 빠져 꼼짝하지 않아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도 나오지 않아서 차를 버리고 우디네로 함께 걷기 시작했다. 소속 부대로부터 고립 되어 낙오한 헨리와 부하는 독일군보다 이탈리아군이 훨씬 더 위험했다. 그들은 공포에 휩싸여 눈에 띄는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쏴댔다.

독일군이 이탈리아 군복을 입은 채 북쪽에서 남쪽으로 후퇴하는 대열 뒤섞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언비어였지만 그들은 이탈리아군을 독일군이라고 뒤집어 씌우면서 쏴 죽이려는 것이다. 그들은 헨리 부하 아이모를 쏴 죽였다. 또 한명 보넬로는 독일군이 두려워 도망쳐 버린다.

헨리는 남은 한 명의 부하 피아니와 비를 맞으며 물이 불어 있는 강을 따라 다리쪽으로 걸어갔다. 모든 사람들과 말들이 그리로 건너고 있었다. 제 걸음을 걷지 못하고 떠밀려 가느라 몹시 피곤했다. 헨리는 혼잡한 인파 속에서도 피아니를 확인하면서 다리 끝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다리 끝머리에는 장교 몇 명과 헌병이 양쪽에서 회중전등을 비추며 서 있었다. 헌병은 헨리에게 다가가더니 팔을 붙들고 연행했다. 그들은 행렬 속에 잠입한 독일군일 수 있는 외군인 군인들을 색출해 그 자리에서 총살해 버린다. 외국인 헨리도 헌병에게 멱살을 잡혀 끌려가지만 심문을 기다리는 사이 재빨리 달아나 근처의 탈리아멘토 강으로 뛰어든다. 헨리는 비에 불어난 세찬 강물 속에서 나무토막에 의지해 강기슭으로 이동하고 철로를 따라 걷다가 다가오는 밀라노행 기관차의 화물칸에 숨어든다. 그는 지붕 없는 화물차의 캔버스 천 아래서 대포 옆에 누워 미칠듯한 배고픔과 외로움과 싸우면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한다. 그는 석대의 구급차와 세 명의 부하를 모두 잃었고 이 책임만으로도 총살을 당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탈리아군을 위해 복무해왔던 자신이 이탈리아 헌병에게 멱살을 잡히고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이미 이탈리아군에 대해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은 더는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군과 자신의 의무는 끝났다고 생각하며 탈영을 결심한다.

그는 캐서린이 떠올랐지만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는 생각에 미칠 것 같아서

그녀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혹시 그녀를 만난다면 이제 그녀와 함께가 아니라면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열차에서 내려 밀라노 병원으로 캐서린을 찾아간 헨리는 그녀가 이틀전에 국경 지역 호수 마을인 스트레사로 떠났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서 그녀를 만난다. 헨리는 그녀의 호텔방에 머물며 캐서린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

캐서린은 헨리가 탈영했다는 사실을 알고 어디로든지 떠나자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 탈영한 헨리를 잡으러 온다는 소식을 호텔 바텐더가 알린다 그리고 보트로 스위스로 떠나라고 하며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필요한 것을 챙겨 주었다.

그들은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밤새 노를 저어 스위스로 탈출한다.

땅에 내린 두 사람은 스위스는 멋진 나라고 땅의 감촉이 너무 좋고 이 보다 더 행복 할 수는 없다고 하며

카페에 들어가 깨끗한 나무 식탁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한다.

헨리와 캐서린은 산으로 둘러싸인 몽트뢰의 산장에 머물게 된다.

두 사람은 모든 것을 함께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출산일이 다가오자 그들은 로잔 시내의 호텔로 가서 아기 옷을 사며 출산 준비를 하는데

어느날 새벽 캐서린은 진통을 느껴 병원으로 간다. 그녀의 진통은 10시간 넘게 계속되고 캐서린은 질소 마취제로 진통을 견디며 힘겹게 버티지만 더는 자연 분만이 힘들다는 의사의 판단으로 재왕절개 수술을 받게 된다. 그러나 태어난 아들은 탯줄이 목에 감겨 죽은 상태였고 캐서린도 수술 후 출혈이 멈추지 위험한 상태에서 곧 당신에게 돌아가 많은 밤을 함께 보낼 거예요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음을 맞는다. 헨리는 간호사를 내보낸 다음 문을 닫고 전등을 껐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치 조각상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병실에서 나온 그는 병원을 벗어나 비를 맞으며 호텔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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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1925년작 스콧 피츠제랄드)

 

이 책은 사건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개츠비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 닉 캐러웨이가 담담하게 나래이션을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있다.

닉 캐러웨이는 중서부 도시에서는 삼 대에 걸쳐 꽤 이름이 알려진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예일대 출신이고 닉도 예일대를 졸업했다. 그리고 동부로 가서 채권 사업을 배우려고 결정한 후 1922년 봄 영원히 머물러 살 작정으로 동부로 온다. 그리고 웨스트에그에 엄청난 저택사이에 낀 작은집을 월 80달러 주고 계약을 한다.

 궁궐 같은 옆집이 바로 개츠비라는 사람의 집이었다.

1910년대 미국을 삶을 이해하려면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1900)를 읽어야하고 1930년대 미국의 삶을 이해하려면 존 스타인 백의 분노의 포도(1939)를 읽어야 하듯이 1920년대의 미국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야한다.

재즈와 찰스턴 춤과 자동차가 상징하는 1920년대 미국의 사회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유럽과 달리 경제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상류 계층에게는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최적의 시대였다.

주식의 수익률은 무려 108퍼센트에 달하고 기업의 이익은 78퍼센트 증가했으며 소설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도 증권업에 종사하기 위해 뉴욕으로 온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성장의 그늘에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다.

톰 뷰캐넌과 개츠비가 타고 다니는 번쩍거리는 고급 승용차, 개츠비가 주말마다 벌이는 사치스러운 파티와 마치 불빛을 쫓는 부나비처럼 환락과 쾌락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 톰과 데이지가 보여주는 도덕적 혼란과 무질서 무책임은 전쟁을 끝난 뒤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방황하던 이 무렵의 시대적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톰의 저택이나 개츠비의 파티처럼 겉으로는 우아하고 고상하며 화려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 놓고 보면 탐욕과 이기와 정신적 공허감이 도사리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도덕적 타락은 닉 캐러웨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인물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덕적 타락과 부패 그리고 무책임성은 톰과 데이지를 비롯하여 개츠비의 친구요 후견인 마이어 울프심, 데이지의 친구이자 프로 골프 선수인 조던 베이커에게서도 잘 드러난다.울프심은 1919년 월드 시리즈를 조작할 만큼 막강한 힘을 행사했던 조작 폭력계의 거물이고 닉과 잠시 사귀던 골프 선수 조던은 골프 시합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경기를 하는 등 닉의 말대로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부정직한 인물로 밝혀진다. 미국 역사를 통틀어 이 무렵만큼 도덕적 재무장이 절실히 요구되던 때도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라는 한 젊은이의 낭만적인 삶을 다룬다. 가난했던 중서부 출신인 그는 켄터기 주 캠프 테일러에서 장교로 근무하던 중 미모의 여성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미국이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면서 그는 유럽 전선으로 떠났고 데이지는 연인을 떠나보낸 슬픔도 잠시, 곧 시카고 출신의 돈 많은 톰 뷰캐년과 결혼한다. 그로부터 오 년뒤 전쟁이 끝나 귀국한 개츠비는 데이지가 이미 남의 아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첫사랑을 찾기 위하여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많은 재산을 모은다. 그리고 여성 편력이 많은 톰에게는 머틀 윌슨이라는 정부가 있다

데이지는 닉의 먼 친척 여동생뻘이었고 톰은 예일대 시절에 알고 지내던 사이었다. 그해 여름에 톰 뷰캐넌 부부와 저녁을 먹으려고 상류사회인 이스트에그의 하얀 저택을 방문한다. 닉은 데이지와의 대화 중에 데이지가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고 데이지 친구인 조던 베이커는 톰은 뉴욕에 머틀 윌슨이라는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혼란스럽고 기분도 언잖았다. 닉은 자기 생각 같아서는 데이지가 당장 어린애를 안고 그 집을 뛰쳐나와야 했지만 데이지에게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데이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물질적인 풍요와 안락함 때문에 톰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불법으로 밀주를 판매하거나 훔친 증권을 불법으로 판매하거나 도박으로 엄청난 재산을 모은

개츠비는 데이지가 사는 이스트에그 건너편 웨스트에그에 어마어마한 큰 저택을 사고 매주 성대하고 눈부시고 황홀한 파티를 연다. 초대 받은 사람은 별로 없고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수백 명이 몰려와서 먹고 마시고 춤추고 밤을 새워서 논다.

목적은 이 소문을 듣고 데이지가 파티에 우연히 들르기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지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람들에게 그녀를 아는지 묻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찾아낸 사람이 조던이었다.

개츠비는 조던을 은밀히 불러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조던은 게츠비가 옆집에 사는 닉이 데이지를 초대하면 자기도 불러 줄 수 있는지 부탁 하더라는 것이다.

개츠비의 목적은 데이지에게 자기집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다.

그들을 통해서 개츠비와 데이지는 만난다.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자기 집을 구경 시키고 데이지는 찬사를 보내고 감탄한다. 그 후 데이지는 개츠비의 집에 드나들며 그와 시간을 보낸다. 이 사실을 안 톰은 개츠비의 뒷조사를 하고 서로 신경전을 벌리고 톰과 개츠비는 데이지를 차지하려는 격렬한 말다틈이 났고 누구를 사랑하는냐의 물음에 데이지는 당황하고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것 같았다.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혼란스럽고 비참해진 데이지는 운전을 하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다고 하며 개츠비의 차를 운전하며 집에 오는 길에 차로 뛰어드는 머틀을 치고 만다. 순간적으로 개츠비가 핸들을 꺾었지만 머틀은 죽었다.

 닉은 개츠비에게 상황 설명 듣던 중 데이지가 운전한 것을 알아낸다.

그러나 개츠비는 '내가 운전했다고 할 겁니다'.하며 그냥 서있는 것이다.

 데이지가 혹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지 않나 걱정되어 데이지 방에 불이 꺼질 때 까지 밖에서 지켜보고 있겠다고 한다.

닉은 층계를 살금살금 올라가서 불빛이 비치는 곳으로 다가서니 톰은 데이지 손을 잡고 뭐라고 열심히 말하고 데이지는 그를 올려다보며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행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 광경에는 분명 자연스럽고 친밀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고 만일 누가 그 모습을 본다면

그들이 함께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내의 외도를 알아차린 윌슨은 아내를 죽인 사람을 찾아 나선다. 머틀을 죽게 한 사람이 개츠비라고 착각하고 있는 톰은 윌슨에게 개츠비의 집을 가르쳐 줌으로써 연적을 제거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얻는다. 윌슨은 수영장에 있는 개츠비를 권총으로 죽이고 자기도 죽는다. 닉은 개츠비가 죽은 뒤 데이지에게 전화를 했는데 하인이 받으면서 어디로 갔는지 언제 오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매주 수백 명이 파티에 왔는데 한 사람도 장례식에 오지 않았다. 장례식에는 닉과 아들의 소식을 신문을 통해 알고 온 아버지와 루터교 목사뿐이었다.

데이지가 조문 전보 한 장, 조화 한 바구니 보내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무 분노도 느끼지 않고 떠올렸을 뿐이었다.

닉은 생각한다. 톰과 데이지는 경솔한 인간이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부숴 버리고 난 뒤 엄청난 무관심 또는 자기들을 한데 묶어 주는 것이 무엇이든 그 뒤로 물러나서는 자기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말끔히 치우도록 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삶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오직 이상과 환상뿐이다 그런데 그 이상과 환상은 데이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품 첫 부분에서

닉은 개츠비가 조그만 만 건너편 데이지네 선착장에 켜져 있는 초록색 불빛을 응시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개츠비에게 초록색불빛은 그의 삶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해 주는 낭만적인 환상이요 이상이다.

개츠비의 꿈과 환상은 지나간 시간을 다시 돌려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환상과 이상에 젖어 있는 개츠비에게 지나간 과거는 다시 돌이킬 수 있고 과거를 반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점에서 개츠비는 낭만적 이상주의자라고 보아도 된다. 개츠비는 삶의 가능성에대한 예민성과 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비록 그의 이상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일는지 모르지만 그 꿈을 성취시키기 위한 노력은 톰과 데이지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과 비교해 볼 때 차라리 숭고하게 느껴진다. 그러기 때문에 닉은 머틀이 사망한 다음 날 그를 향하여 그 인간들은 썩어 빠진 무리예요.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인간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만큼이나 훌륭합니다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 것에 대해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적어도 꿈과 환상을 간직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온갖 희생을 무릅쓴다는 점에서 개츠비는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물질 만능 주의가 팽배하여 돈이 신이 되고 사랑이 되는 세상에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그의 꿈은 참으로 순수하고 낭만적이며 이상적이다. 비록 톰에게 데이지를 빼앗기고 윌슨의 권총을 맞아 죽었지만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개츠비의 이상주의가 물질주의를 그 수단으로 삼으면서 변질되고 타락한 것처럼 청교도들이 가슴에 품고 있던미국의 꿈도 물질주의와 손을 잡으면서 점점 변질되고 타락할 수밖에 없었다.  개츠비가 장례를 치른 뒤 동부는 내 시력으로는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없을 만큼 뒤트린 채 그런 식으로 자주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부서지기 쉬운 나뭇잎들의 푸른 연기가 공기 중에 흩어지고 빨랫줄에 걸려 있는 젖은 옷이 바람에 날려 뻣뻣해지는 가을,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트렁크에 짐을 꾸리고 난 뒤 마지막으로 몰락한 개츠비 저택을 보면서 해변에 벌렁 드러누웠다. 개츠비가 데이지의 부두 끝에서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 꿈이 이미 자신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두운 어떤 곳에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라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가는 것이다.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작품해설을 참조하면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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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1952년작) 헤밍웨이

 

멕시코만에서 홀로 조각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산티아고라는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깡마르고 여윈 데다 목덜미에는 주름이 깊게 잡혀있었다.

두 눈을 제외하면 노인의 것은 하나같이 노쇠해 있었다. 오직 두 눈만은 바다와 똑같은 빛깔을 띠었으며 기운차고 지칠 줄 몰랐다. 젊을 때는 힘이 센 선원이자 어부였다.

자면서 노인는 그가 여러 지역과 해안에 나타나는 사자 꿈만 꾸었다.

노인은 여든 나흘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처음 사십일 동안은 소년(마놀린}과 함께 있었다. 그러나 사십일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그에게 이제 노인은 누가 뭐래도 살라오가 되었다고 말했다. ‘살라오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소년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다른 배에 옮겨 타게 되었는데 그배는 첫 주에 큼지막한 고기를 세 마리나 잡았다.

소년은 날마다 노인이 빈 배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노인을 마중 나가 노인이 사려놓은 낚싯줄이며 갈고리며 작살이며 돛대에 둘둘 말아 돛 따위를 나르는 일을

도왔다. 소년은 5살부터 노인의 배에 타고 노인에게 고기 잡는 법을 배우며 노인을 도왔다.

소년은 할아버지가 가장 훌륭한 어부이고 할아버지를 비길만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노인은 고맙구나. 넌 나를 기쁘게 해 주는구나

다음날(85일째) 노인은 이른 새벽 소년의 배웅을 받으며 바다로 떠난다.

할아버지, 행운을 빌어요

너도 마찬가지야

노인은 어둠 속에서 항구 밖으로 배를 저어 나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멀리 나갈 생각이다.

해가 뜨고 정오 무렵 드디어 낚싯대에 물고기가 걸려든다. 커다란 청새치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본격적으로 물고기와 힘겨루기가 시작한다.

하루가 지나서 고기의 실물을 마주보게 되는데 자기 배보다 60센티미터쯤 큰 거대한 청새치였다. 노인 혼자서 배를 타고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노인은 포기하지 않고 고기와 힘겨루기를 이어간다. 노인은 그러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인은 점점 지쳐간다. 잠도 못자고 식사도 못하고 오로지 고기가 흐르는대로 낚싯줄을 붙잡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손은 다쳐 피가 흐르고 배에서 넘어져 타박상으로 상처투성이다. 그런대도 다시 일어나서 낚싯줄을 잡고 고기가 버티는 동안 노인도 버티고 있다. 노인은 아무 생각 없이 오직 참고 견디려고 할 뿐이다. 결국 사흘째 되는 날 청새치는 수면으로 올라와 노인은 청새치의 심장에 작살를 박아 넣으므로써 노인은 긴 싸움에서 승자가 된다. 청새치가 배보다 커서 배에 실으면 배가 침몰하기 때문에 배전에 꽁꽁 묶어서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청새치의 피가 바다에 흩어지면서 상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마코 상어가 나타나자 노인은 작살을 준비하고 밧줄을 단단히 묶었다.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거든 하고 생각하면서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한다. 노인은 상어가 큰 고기를 공격 할 때 상어의 골이 들어있는 부위를 알고 바로 찔렀다. 상어는 죽었지만 청새치의 살점은 20킬로그램쯤 뜯어갔고 작살과 밧줄도 가져가 버렸다.

내 큰 고기가 또다시 피를 흘리고 있으니 다른 상어 떼가 몰려 오겠지. 노인은 몸뚱이가 뜯긴 고기를 바라보고 싶지 않았고 고기가 습격을 받았을 때 마치 자기가 습격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이 순간에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 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이제부터 정말 어려운 일이 닥쳐올 텐데 난 작살조차 갖고 있지 않으니.

너무 생각하지 말자 곧장 배를 몰다가 불운이 닥치면 그때 맞서 싸우지

노인은 큰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생각해야해 내게 남아 있는 것이고는 생각하는 일 밖에 없어

아냐 방법은 있어. 노의 손잡이에다 칼을 단단히 잡아매 놓으면 돼

, 됐어. 난 여전히 늙은이야. 하지만 전혀 무방비 상태로 있지 않아.”희망이 조금 되살아났다. “희망을 버리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고 죄악이야.“

노인이 두 시간가량 항해해 나갔다. 바로 그때 상어 두 마리 중 첫 번째 놈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 노인은 큰 소리로 외쳤다. 손바닥을 뚫고 널빤지에 못이 박히는 것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지르는 그런 소리다.

갈라노 구나.” 이미 뜯겨 나간 살 쪽을 잽싸게 덮치는 상어의 머리통에 노에 매어 놓은 칼을 푹 찌르고 난 뒤 뽑아서 다시 한 번 내리 찔렀다. 또 다른 상어도 여러 번 찔러서 죽였다

그러나 고기의 사분의 일은 뜯어 갔다.

노인은 이 고기를 잡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고기야 정말 미안하다.”

고기야 난 이렇게 멀리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마지막 놈이 얼마나 많이 뜯어 먹었는지 모르겠군. 하지만 덕분에 배는 훨씬 가벼워졌어

상어가 덮칠 때마다 살점이 떨어져나가 지금쯤 온갖 상어가 뒤 쫒아 올거 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음에 공격해 온 놈은 삽상어였다.

노인은 상어가 고기에 덤벼들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가 노 끝에 매어 둔 칼로 골통을 내리 찔렀다. 그러나 상어가 구르면서 몸뚱이를 뒤로 젖히는 바람에 칼날이 딱 부러졌다.“

이제 난 상어 놈들에게 완전히 지고 말았구나.“ 그렇지만 내게 노 두 개에 짤막한 몽둥이가 있는 한 끝까지 싸워 볼 테다. 벌써 오후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상어 때가 또다시 공격해 온 것은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두 마리 모두 갈라노 상어였다. 노인은 상어를 향해 몽둥이를 높이 치켜들었다가 넓적한 머리통위에 힘껏 내리갈겼다.

또 한 마리도 몽둥이로 휘둘러 내리쳤다.

큰 고기는 상어에게 뜯겨 반동강이가 되었다.

10시쯤 되었으리라고 생각될 무렵 아바나 시의 불빛이 하늘에 훤히 반사되는 것이 보였다.

이제 싸움이 끝났어. 어쩌면 상어 떼가 다시 공격해 올지도 모르지. 제발 또다시 싸우지 않아도 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러나 자정 무렵 노인은 다시 한 번 싸우게 되었고 이번에는 승산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어는 떼를 지어 몰려왔고 주위가 어두워서 고기에 덤벼들 때의 인광이 보일 뿐이었다. 그는 상어의 대갈통을 몽둥이로 후려쳤으며 상어주둥이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렀고 그는 느낌에 의지해 필사적으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뭔가가 몽둥이를 잡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몽둥이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노인은 키에서 손잡이를 빼어 두 손으로 움켜쥐고 닥치는 대로 마구 후려갈겼다.

그러나 상어 떼는 이제 이물 쪽으로 몰려가서 한 놈씩 또는 한꺼번에 덤벼들어 고기를 물어뜯었다. 그는 잘 뜯기지 않는 육중한 고기 대가리를 물고 있는 상어 대가리를 향해 한 번 다시 한 번 골통을 계속 내리갈겼다. 그놈이 몰려들었던 상어 떼의 마지막 놈이었다. 뜯어 먹을 고기도 이제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배에는 이상이 없고 뱃전에 달린 무거운 짐이 없어져 가볍고 순조롭게 바다 위를 달렸다.

항구 안은 조용했고 그는 바위 아래 조그마한 자갈밭에 배를 댔다.

그는 늦은 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청새치와 함께 해안에 도착했다.

노인은 돛대를 빼내고 돛을 감아 묶었다. 그리고 돛대를 어깨에 메고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잠깐 발을 멈추고 뒤를 보니 가로등 불빛에 고기의 커다란 꼬리가 조각배의 고물 뒤쪽에 꼿꼿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허옇게 드러난 등뼈의 선과 뾰족한 주둥이가 달린 시커먼 머리통, 그리고 그 사이가 모조리 앙상하게 텅 비어 있는 것이 보였다.

노인은 다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고 걸어 갈 힘조차 없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다섯 번이나 쉬어야 했다.

그렇지만 크게 상심하지 않고 너무 멀리 갔던 것이 비극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오두막집에 들어간 노인은 돛대를 벽에 기대어 세웠다. 그러고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이튿날 아침 소년은 아침마다 그랬듯이 노인의 오두막집에 와 본 것이다.

소년은 노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노인의 두 손을 보고 울기 시작했다.

조용히 오두막집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줄곧 엉엉 울었다.

많은 어부들이 조각배 주위에 모여 서서 뱃전에 매달려 있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한 어부는 낚싯줄로 고기의 잔해의 길이를 재고 있었다.

코끝에서 꼬리까지 무려 5.5미터나 되는 군길이를 재던 어부가 소리쳤다.

소년은 테라스(상점이름)에서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은 뜨거운 커피를 사가지고 노인의 오두막집으로 가서 노인이 잠을 깰 때까지 곁에 있었다. 마침내 노인이 잠에서 깨어났다.

소년은 유리잔에 커피를 조금 따랐다. 노인은 그것을 받아 마셨다.

이젠 할아버지하고 같이 나가서 잡기로 해요

그건 안 돼. 내겐 운이 없어.

제가 운을 갖고 가면 되잖아요. 소년이 대꾸했다.

그날 오후 테라스에는 관광객 일행이 찾아왔다.

저게 뭐죠여자가 웨이터에게 물었다. “티브론 상어랍니다.”

상어가 저토록 잘 생기고 멋진 꼬리를 달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요.”

길 위쪽의 오두막집에서 노인은 다시금 잠이 들었다. 소년이 곁에 앉아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산티아고 노인은 고기 잡는 일이 돈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물고기를 잡는 일 자체가 목적이다. 자신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으로 살고 있다.

자신이 자신이게 하는 힘

어부로 소명을 받아들이고 진실하게 수행하여 자기로 완성해 가는 사람이다.

거대한 청새치와 23일 동안 사투를 벌이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산티아고

상어와 끝까지 싸우면서 청새치를 지키려는 노력

자신이 어부이고 고기 잡는 것이 어부의 사명이이기에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끝까지 운명에 도전하는 산타아고

 

노인은 돛대를 빼내고 돛을 감아서 묶었다. 언덕길을 오르면서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녹초가 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산타아고 할아버지는 하루만 자고 내일 또 바다로 나갈 것이다.

청새치와 상어 떼와 엄청난 사투를 벌였지만

이일은 수많은 하루 중에 하루였을 뿐

유독 일이 힘들었을 하루 같지만

아주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

불평 없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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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1975년작)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소설은 시간 구조상 1974220일 수요일부터 24일 일요일까지 닷새 간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뵐은 카타리나의 잃어버린 명예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폭력’,즉 언론의 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정 관리사로 성실히 일하면서 근검절약하여 아파트까지 소유하고 있는 스물일곱 살의 이혼녀 카타리나 블룸의 개인적 명예가 언론의 폭력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고, 그 결과 그녀가 기자를 실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살해라는 눈에 보이는 명백한 폭력을 초래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폭력을 다루는 것이다.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는 있는가.? 라는 이 부재는 이미 작품의

주제를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언론에 무엇을 요구 것인가? 그리고 그에 대한 댓가를 감수 할 수 있는가?

 

이 소설의 주인공 카타리나는 독일 쿠이르지방 게멜스보르이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광부였고 6살 때 폐병으로 죽었다. 어머니는 여기 저기 청소부로 일했고 카타리나는 어릴 때부터 엄청 많이 집안일을 했고 이웃이나 다른 지방에 까지 가서 일을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했는데도 학업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

1961년 학교를 졸업 한 후에 가정부일을 했다. 교회의 대모인 볼터스하임 부인의 도움과 경재적 지원으로 그녀가 교사로 일하고 있던 쿠이르 생활과학아카데미에 다녔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1966년부터 1967년까지 이웃도시 오프터스브로이히에 있는 쾨실러 사에 부속된 종일반 유치원에서 관리인으로 일했고, 그 후에는 의사인 클루턴 씨댁에서 가정부로 일했다. 일년 동안 일했는데 박사가 치근대는 것이 싫고 엮겨워서 나왔다. 1968년 몇 주 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집에서 어머니를 돕고 볼링 치는 도우미 일을 했는데 그때 오빠를 통해 방직공인 빌헤름 브레들로를 알게 되었고 결혼해 게멀스브로이히에서 살았다. 그곳에서도 주방보조, 홀서빙을 하기도 했다 결혼생활 반년 후 남편에게 혐오감을 느껴 남편을 떠나 도시로 갔다. 우선 볼터스하임 부인 댁에 머물다가 회계사 패너른 박사 집에서 기거하면서 관리인집 겸 가정부로 일을 했다. 페너른 박사는 친절하고 아량이 넓어 야간 강습 및 평생 교육과정을 다니도록 허락해 주었을 뿐 아니라 국가가 공인한 가정 관리사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1969년 말, 패너른 박사는 회계 업무를 담당한 대기업들이 엄청난 탈세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 되었다. 박사는 석 달 치 월급이 들어 있는 봉투를 주며 사법 처리 후에도 계속 집안일을 봐달라고 부탁했으며 금방 돌아올 거라고 했다. 그녀는 한 달간 더 머물면서 박사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보살피고 정원 손질도 하고 세탁까지 신경을 썼다. 그녀는 유치장에 있는 페너른 박사에게 항상 깨끗한 속옷을 가져다주고 고기만두를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박사는 횡령과 위조죄가 입증되어서 교도소로 수감되었고 사무실을 문을 닫고 집은 차압을 당했다. 그녀는 자신의 방을 비워 주어야 했다. 교도소로 계속 찾아가서 두 달 치 월급을 돌려주고 싶었으나 박사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그러고 나서 페너른 박사를 통해 알게 된 블로르나 박사 부부의 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블로르나 가족은 도시 남쪽, 전원주택지에 있는 빌라에 살고 있었다. 카타리나에게 그곳에 거처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거절하였다. 이젠 독립적으로 살아 보고 싶었고 좀 더 자유롭게 일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블로르나부부는 카타리나를

호의적으로 대해 주었다.

큰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는 블로르나 부인은 남쪽 위성도시의 아파트, ‘강가에서 우아하게 살자라는 모토로 광고하던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브로르냐박사는 산업체 변호사이고 부인은 건축설계사여서 아파트를 장만하는 일에 능통했다. 방 두 개에 부엌과 욕실이 딸린 9층의 아파트를 장만 할 경우 대출금, 이자, 상환에 관한 문제를 블로르나 박사와 함께 따져 보았다. 카타리나는 그동안 저축해 둔 7000마르크 정도이고 블르르나 부부가 30,000만마르크 신용 대출에 보증을 서 주었기 때문에 1970년 초에 아파트에 입주 할 수 있었다. 초기에 매달 부담해야 할 최소 금액은 1,100마르크에 달하지만 블로르나 부부가 월급을 계산할 때 식대를 포함 사키지 않았고 심지어 먹을 것 마실 것을 슬쩍슬쩍 쥐여 주어서 절약하며 살 수 있었고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대출금을 상황할 수 있었다.그녀는 4년 동안 그 집에 가계와 가사를 독자적으로 맡아 왔다. 근무 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430분경까지였다. 그동안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고 청소를 하고 장을 보고 저녁 준비를 했다.

집안의 모든 세탁과 속옷관리도 맡아 했다. 오후430분에서 530분까지 한 시간은 자기볼일을 보는데 쓰고,

그러고 나서는 두시간 정도 정년 퇴직한 히페르츠 부부 댁에서 일을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일을 하면 두 집에서 추가 보수를 받는다. 시간이 나면 이따금 음식점 주인인 클로프크 씨 집에서 일하거나 리셉션, 파티, 결혼식, 단체 모임, 무도회 일을 돕는데, 대개 프리랜서 관리인으로 총 비용과 위험부담을 떠맡고, 때로는 클로프 사의 위탁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경리 일을 하거나, 조직적으로 계획 짜는 일을 하는데, 이따금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서빙도 했다. 그녀의 총수입은 한 달 평균1,800에서 2,300마르크 정도 였다.

세무서에는 자영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세금과 보험금은 그녀가 직접 지불하고 소득세 신고등의 일은 전부 불로르나

사무실에서 무료로 처리해 주었다.

1972년 초부터 그녀는 1968년형 폴크스바겐을 소유 할 수 있었다. 아는 사람이 저렴하게 넘긴 것이다. 대중교통으로 여러 장소를 옮겨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자동차로 충분한 기동성을 갖추어 멀리 떨어진 호텔들에서 열리는 리셉션이나 파티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생활 할 수 있는 기반을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어느 날 카니발 축제기간을 맞아 카타리나는 볼터스하임 부인 집에서 열린 저녁 댄스 파티에 참석했다. 거기서 그녀는 루드비히 괴텐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초면이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들고 카타리나와 괴텐은 자리에서 빠져나와 카타리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문제는 이 괴텐이 은행 강도와 살인 혐의를 쓰고 있는 범죄자였고 경찰들의 미행과 감시를 받던 중이었다.

괴텐과 카타리나의 뒤를 쫒아 그녀의 집을 경찰들은 포위하고 급습을 하지만 괴텐은 사라지고 카타리나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카타리나가 이전부터 괴텐과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고 의심을 한다. 경찰은 카타리나 사생활을 파헤치며 무리하고 무례한 수사를 이어가는데 괴텐과 카타리나사건에 대해 언론의 취재 열기가 고조 되기 시작했다.

언론들은 앞 다퉈 이 사건을 보도하고 각종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는 가운데 특히 자극적인 기사로 악명 높은 차이통신문의 기자 퇴트게스은 카타리나의 주변 인물까지 무리하게 취재한다.

목요일 날 카니발 축제 동안 스위스로 휴가를 간 블로르냐씨 앞에 차이퉁지의 기자가 예고없이 나타나 다짜고짜 카타리나에 대해 지껄여 대기 시작했다.

블로르냐는 난 변호사요.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만한 사람인지 압니다. 말도 안 돼.

카타리나는 매우 영리하고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이 말을 카타리나는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이다그녀가 전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카타리나 고향까지 가서 게멜스보로이히 신부는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나는 그녀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녀의 아버지는 공산 주의자였고 어머니는 내가 측은한 마음에서 청소부로 일하게 해 주었는데 미사용 포도주를 훔쳐 제의실에서 정부와 술판을 벌인 적이 있다.

 

퇴트게스는 카타리나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과도 인터뷰를 한다.

아파트 주민 2명이 40대 정도의 신사가 카타리나의 집을 종종 찾아오거나 데려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여덟 번 내지 아홉 번쯤 방문한 것 같다고 한다. 다른 주민은 젊은 건달로 묘사하기도 했다. 카타리나는 신사들의 방문 사실을 명백히 부인하지 않았는데  그럴 경우 그 신사는 늘 같은 사람이었느냐고  경찰은 물었다. 카타리나는 그에 대한 진술을 거부한다.  경찰은 그 신사를 괴텐이라고 믿고 그녀를 밀어 부친다.

 

금요일 아침 차이퉁신문 1면을 장식한 카타리나 큰 사진 아주 굵은 활자들

차이퉁신문은 계속 왜곡 된 보도를 한다.

블룸은 2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신사들의 방문을 받아 왔다. 그녀의 아파트가 모의의 본부였나? 아니면 도당의 아지트, 혹은 무기거래 하는 장소였나? 이제 겨우 스물일곱살인 가정부가 거의 110,000마르크나 나가는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었나? 그녀가 은행에서 강탈한 돈의 분배에 관여했나? 경찰은 계속 수사 중이디.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력을 동원하고 있다. 내일은 보다 더 집중 보도 차이퉁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사건을 계속 추적 , 보도한다.

강도의 정부 카다리나 블롬이 신사들의 방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차이통신문의 기자 퇴트게스는 이혼 경험이 있는 카타리나가 신원이 수상한 여러 신사들을 만나고 있다면서 범죄와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을 거치지 않은 가짜 뉴스로 한 사람의 사생활을 도마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 기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카타리나의 전 남편을 찾아 간다. 전 남편은 이제야 알겠군요. 그녀가 왜 네게서 떠나간 것을 우리의 소박한 행복에 그녀는 만족하지 못했던 거죠.” 카타리나는 돈 때문에 범죄자와 한패라고 프레임을 짜놓고 거기에 맞추어 증언을 수집한다. 급기야는 카타리나의 아픈 어머니까지 찾아간다. 원장은 기자에게 그녀의 어머니 건강이 위중한 상태이어서 면회를 거절한다.

퇴트게스는 청소부로 변장을 하고 병실로 찾아가 그에게 카타리나 소식을 전한다.

딸의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왜 그런 결말이 날 수밖에 없었을까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라고 말하면서

  충격으로그만  숨을 거두고 만다.

그런데 차이퉁은 이렇게 썼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듯이,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었겠지요.

이렇게 바꾼 것이다.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들은 카타리나는 볼터스하임 부인과 함께 시체 안치소로 들어갔다.

간호사와 수녀는 짧막한 기도라도 권했지만 "싫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들이 시체 안치소에 떠나자마자 비로소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엉엉 목 놓아 울었다, 볼터스하임 부인은 카타리나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떠 올렸다. 어릴 때도, 학창 시절에도, 힘들고 주위환경에 대한 고민이 그녀를 짓누를 때도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다음 날 이 사건은 이렇게 둔갑을 한다

카타리나 블룸의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그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전혀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는 것은 변태에 가깝다.

이글을 읽은 어느 누가 살의를 느끼지 않을 수 있는가?

과연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

 

차이퉁이 그녀가 거의 괴텐의 공범으로 몰아가는 바람에 그녀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카타리나는 자신을 비난하는 각종 편지를 받을 뿐 아니라 같은 아파트의 주민이라며 그녀가 다정함을 원할 때 그렇게 멀리서만 남자를 찾느냐며 그는 이미 그녀에게 모든 종류의 다정함을 서비스 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속삭이듯 그녀에게 추잡한 얘기를 지껄여 대는 것이다. 한 밤중에 이런 전화 두려워서 블테스하임집으로 간다. 모든 편지가 익명은 아니다. 인팀 페어잔트라는 통신판매회사에서 온 것으로 갖가지 섹스용품을 그녀에게 제시했다. 더 몹쓸 것은 손으로 쓴 글귀였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다정함이야.“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고통이었다. 한 신사는 애써 거리를 두려고 구석에 바싹 몸을 붙이고 서 있다가 내리고 한부인은 바로 앞에서 뻔뻔하고 가혹한눈으로 그녀를 훑어보는 것이다,

정치적 욕설-- 공산주의 암퇘지, 빨간 두더지, 크렘린 아줌마 이르기까지 다양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종교적 경고를 담은 편지... 너는 기도 하는법을 다시 배워야해. 가련한 탕아!

문 밑으로 밀어 넣는 쪽지... 너는 내가 보내준 다정함의 카탈로그를 사용하지 않니? 내가 널 강제로 행복하게 해 주어야겠니?

사실 그녀는 카니발 축제 전부터 블로르냐의 친구 유명한 사업가이자 정가치인 알로이스 슈트로입레더라는 남자로부터 유혹을 받고 있었다. 그는 집까지 따라와서 보석 반지 주고 별장 열쇠도 주고 주말을 같이 함께 보내자고 아주 심하게 괴롭혔다누군지 소문만 번성했던 신사의 방문이 바로 알로이스였다.

언론에 괴롭힘을 당하고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카타리나는 또 경찰에 심문을 받기위해 경찰서에 매일 가야 했다. 경찰은 아파트를 철저히 수색했고 몇 가지 물건, 특히 서류들을 압수했다.

작고 낡은 초록색 수첩 --이 수첩에는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고 십년동안 사용한 전화번호를 확인해 본 결과 어떠한 의욕도 발견하지 못했다.

저축은행의 거래 명세표들 --모든 것이 정확하고 자금 이동 내역 중 의심 할 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그녀의 장부 기입도 마찬가지였고 작은 서류철에 묶여 있던 메모지와 각종 통지서도 그러했다. 그 서류철에는 그녀가 아파트를 자기 소유로 분양받은 회사 하프택스에 지불해야 할 상황를 기입해 두었다.

그녀의 납세 고지서, 세금 지불 역시 꼼꼼하게 검토 되었고 회계전문가가 일일이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숨겨진 목돈은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매달 어머니께 150마르크를 송금했고 아버지의 묘지 관리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절도죄로 복역 중인 오빠 쿠르드에게 이따금 용돈으로 15에서30마르크쯤 되는 소액을 송금했다는 사실도 적혀 있었다.

그녀의 가구 구입 가재도구들 의상, 속옷, 기름값 등 모든 것을 검토 되었지만 어디에도 빈틈이 없었다. 회계사가 서류를 바이츠메네에게 돌려주면서 맙소사 그녀가 석방되어 직장을 구하게 되면 나한테 연락 좀 주시오. 늘 이런 사람을 찾았지만 본 적이 없었거든요.”

카타리나의 생활이 결백해도 범죄자를 도주 시킨 것은 처벌 받을 만한 짓이어서

경찰은 신사의 정체와 괴텐의 도주 경로와 은신처를 대라고 했지만 카타리나는 계속 진술을 거부했다.

 

토요일 아침 신문

살인범 약혼녀 여전히 완강! 괴텐의 소재에 대한 언급 회피!

경찰 초비상!

 

카타리나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설계했을 때 블로르냐 부인이 참여해서 그 아파트의 비밀통로를 알고 있고 카타리나에게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비상구로 괴텐을 도주 시켰고 알로이스의 별장열쇠를 쥐어 보낸 것이다. 이틀 동안 그곳에서 숨어 있다가 괴텐는 체포 되었다.

루드비히 괴텐이 제일 처음 한 말이 카타리나는 이 일과 전혀 상관없어요 그건 개인적인 연애 사건으로 사람들이 비난하는 범행과는 눈꼽만큼도 상관없고 자신의 범행도 부인하고 있었다.

괴텐은 살인,은행 강도가 아니라 두 개의 연대의 군인 급여와 막대한 적립금이 들어 있는 금고를 완전히 약탈한 것과 그밖에 장부 위조, 무기 절도가 확인 되었다. 그는 8년에서 10년 형을 받을 거라고 예상할 수있다.

괴텐은 카타리나에게 전화를 한다. "좋아한다고.... 1년후 2년 후 언제라도 데리러 오겠다고"

차이퉁은 카타리나를 도와주고 있는 블로르냐부부에 대해서도 기사를 썼다. 이 기사 또한 당연히 근거 없는 거짓이었다.

이런 기사가 주목을 받자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다. 차이퉁은 블로르냐 부부의 해고 사실을 기사로 쓰고 조롱을 한다. 빨갱이 변호사가 서민차로 바꿔 타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이 언제일까.? 블로르냐박사가 전당포주인에게 반지를 감정 받는 모습을 찍어서 기사를 쓴다.

카타리나는 일요일 아침 거실에 앉아 존탁스차일퉁을 읽고 있었다.

카타리나의 스토리와 사진이 더는 1면을 장식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루드비히 괴텐이 사업가의 별장에 숨었던 카타리나 블름의 다정한 연인이라는 표제와 더불어 1면에 실렸다. 7내지 9쪽에 걸쳐 많은 사진과 함께 실린 스토리 자체는 지금까지 기사보다 훨씬 더 풍부해졌다. 첫 영성때의 카타리나사진, 상병으로 귀향하는 아버지 사진, 대략 마흔 살쯤 돼 보이는 카타리나 어머니가 쇠락한 모습으로 그들이 살았던 남루한 오두막 앞에 서 있는 사진. 어머니의 사망한 사진도 실렸다. 그리고 기사의 본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자유의 몸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카타리나 블룸의 입증 가능한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그녀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의 행실에 대한 충격으로 살아남지 못했다.

어머니는 죽어가고 있는데 그 딸은 강도이자 살인자인 남자와 다정하게 춤추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이한 일이고

그녀가 어머니 의 죽움 앞에서 전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은 거의 극도의 변태와 가깝다...... 기사는 

카타리나를  살인범의 정부, 음탕한 창녀 , 허영 가득한 이혼녀등으로  왜곡, 허위 보도로 이어간다.

  

괴텐이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 받자 카타리나는 방면되는데 차이퉁의 퇴르게스가 그녀를 인터뷰하겠다고 접근한다.

일요일 날 카타리나는 퇴트게스와 인터뷰를 계획한다.

 

아파트 초인종이 울렸고, 문을 열었을 때 퇴트게스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카타리나는 즉각 추잡한 인간임을 알고 거실로 물러나며 피했다.

그는 "나의 귀여운 블룸양, 우리 일단 한바탕 섹스나 한탕 하는게 어떨까?"

자신의 인생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서  철저히 파괴 해버린 퇴르게스

카타리나는 권총을 빼들고 그자리에서 그를 향해 쏘았다. 두 번, 세 번.네 번 정확히 몇발인지 모르겠다.

살해 후 7시간 동안 거리를 헤멘 다음 자신을 사랑하는 괴텐의 곁으로 가겠다고 하며 경찰에 자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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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다시 떠 오른다

1926년 헤밍웨이가 27세의 나이로 쓴 첫 장편소설

1차 대전 이후에 젊은이들의 내면의 모습을 잘 그린 작품이다.

인류역사상 유래 없는 전쟁을 치르고 난 후 삶의 절대적인 의미와 최고의 선의 가치를 상실한 젊은이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이 소설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이다.

1차 세계 대전(1914~1918)은 민간인을 제외 한 군인들만 9백만 명이 사망한 대규모 전쟁이다. 수없는 젊은이들의 목숨을 잃었을 뿐 아니라 주요산업기설이 파괴 되었고 유럽 대부분의 나라의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은 1차 세계 대전과 별 관계가 없었고 따라서 전쟁의 피해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부족했던 유럽은 미국의 생산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 기회에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었고 주가가 치솟고 시장에는 돈이 넘쳐났다.

그러나 미국의 호황이 모든 사람에게 행복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청교도 윤리가 지배했던 시대이고 보수적이어서 술의 제조 판매를 국민 투표로 금지 시키고 1919년에 금주법이 생겼다. 1933년까지 금주법이 폐기되기까지 밀주산업이 번창했다. 1922년에 발표한 제임스 조이스의 유리시즈도 외설적인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불태우고 금서로 지정하였다. 청교도적인 도덕적 엄숙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미국은 이렇게 문학가들과 예술가들에게 질식할 것 같은 억압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젊은 예술가들은 고국을 등지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파리는 술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자유로운 곳이고 미국 달러 가치가 아주 높아 유럽에 사는 쪽이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드는 경제적 이유와 예술의 메카라고 할 파리에서는 어느 나라 어느 도시보다 예술적 자유가 허용되었다

거트르트 스타인, 에즈라 파운드, T.S 엘리엇, 스콧트 피츠랄드, 헨리 밀러, 윌리엄 포크너

미국 작가들이 파리로 이주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파리의 문화를 이끄는 사람들이고 이들을 고국 이탈자라고 한다.

이 소설의 나오는 사람은 제이크 반즈, 로버트 콘, 마이크 켐벨, 빌 고턴, 브렛 애슐리, 페드로 로메로다.

로버트 콘을 제외하고는 직접 간접으로 전쟁에 참전한 작중인물 들은 휴전 후 이전까지의 도덕이나 윤리는 송두리째 깨어져 버렸고, 전쟁에 대한 환멸, 삶의 방향 상실로 새로운 가치를 찾아 헤메게된다. 매일 매일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또 술을 마시고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끊임없이 옮겨 다니면서 혼돈과 방황의 삶을 영위한다.

만취 상태로 보낸 기나긴 주말로 표현 되며 대부분은 길 잃은 세대였다.

주인공 제이크는 파리 신문사 해외 특파원으로 일하며 작가로 준비하고 있는데 전쟁 중에 파편을 맞아 성불구가 되어 성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는 부상을 당해 입원했던 병원에서 브렛을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성기에 입은 상처가 치료 되지 않아 둘은 맺어지지 못한다.

브랫 애슐리는 30대 초반으로 아주 매력적인 영국인으로 결혼생활이 불행해서 두 번 이혼한 후 파리로 와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한다 브렛은 제이크을 사랑하고 자신의 심리적 안식처라고 생각하지만 마이크와 결혼을 약속한다. 이렇게 브랫은 한 남자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로 옮겨 다니지만 안정감이나 만족을 얻지 못하고 삼각, 사각 그물망처럼 애정 구도를 만든다. 단 한편의 작품을 발표 했을 뿐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로버트 콘은 브렛을 짝사랑 한다.

미국에서 건너 온 작가 빌 고턴도 브렛의 넘치는 매력에 놀라워한다.

제이크 역시 브렛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그저 그들을 지켜 볼 뿐이다.

어느날 브렛이 제이크에게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서로 마음만 아프지 아무 소용이 없다 하며 그의 곁을 떠나겠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산세바스티안에 갈 생각이라고 말한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때 브렛은 짝사랑하는 로버트 콘과 함께 간 것이다.

 

그들은 매년76일부터 14일 까지 열리는 스페인 투우 축제에 가자고 계획을 세운다.

제이크와 빌, 로버트는 스페인 계곡 브르게테에서 송어 낚시를 하고 축제가 열리는 팜플로나로 가기로 하고 브렛과 마이크는 산세바스티안에 갔다가 팜플로니아에 합류 하기로 약속 한다.

브렛과 마이크가 온다는 날 로버트는 목욕하고 면도 이발에 머리까지 감고 머리모양을 고정시키기 위해 뭔가를 바르고 나타났다. 그는 초초해 있고 기차는 9시에 도착하므로 만약 브렛과 마이크가 온다면 틀림없이 그 기차를 타고 올 것이다.

920분전 식사를 반도 마치지 못했는데 로버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차역으로 가겠다고 나선다. 그저 놀려주고 싶은 생각에 제이크도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오지 않고 제이크에게 산세바스티안에 투숙중이라는 전보가 온다.

다음날 부르게테로 송어 낚시를 가려고 하는데 로버트가 자기는 남아있겠다고 한다. 산세바스티안에서 무슨 오해가 생겼고 브렛이 자기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며 그곳으로 가야겠다고 한다.

제이크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느냐

글쎄, 브렛에게 보낸 편지에 그런 암시를 했거든” 말하면서 산세바티안으로 떠난다

그래서 제이크와 빌은 둘이서 며칠 동안 브르게테에서 낚시와 독서를 하면서 새로운 여행객을 만나고 스페인 북부의 사람의 인심을 느끼며 휴양을 한다.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제이크일행과 브랫 일행은 투우축제인 산 페르민 축제가 열리는 팜플로니아에 모인다. 도시는 온통 다가 올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었고 투우와 투우사 이야기로 넘쳐 나고 일행은 투우에 쓰일 황소를 구경하면서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끼운다.

거기서도 술을 마시고 만취상태로 마이크는 로버트 콘에게 브렛의 꽁무니를 졸졸 쫓아 다니지 말라고 하며 로버트를 비난한다. 마이크와 로버트 사이에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감돈다.

드디어 축제는 시작되고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계속되며, 계속 춤을 추며 술을 마시고 계속 떠들어 댄다. 축제 기간이 아니면 일어 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마침내 모든 것이 아주 비현실적이고 모든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축제 동안 어떤 중요한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은 듯 했다. 축제 동안은 조용할 때라도 큰 소리를 질러야만 자기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행동을 해도 똑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축제이고 이런 축제는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되었던 것이다.

투우가 있는 날 시내 변두리 울타리에서 황소들을 내몰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불꽃이 터지고 황소는 거리를 치달아 투우장으로 간다. 좁은 길 아래쪽은 텅텅 비어 있으나 발코니마다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때 갑자기 군중이 길거리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서로 바싹 붙어서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거리를 지나 투우장 쪽으로 뛰어갔고 그 뒤에서는 더 많은 시림들이 더 빨리 달리고 있었고 , 몇몇 뒤쳐진 사람들은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그 뒤로는 약간 간격을 두고 황소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뛰다가 여러사람이 걸려 넘어졌는데  황소는 그냥 밟고 지나간다.

 황소 뿔에 받혀서 20여명이 병원에 실려 가고 한사람이 질주로에서 죽었다. 황소들은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뛰어갔다.

황소들이 모두 시야에서 사라지자 투우장에서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함성은 끊이지 않고 계속 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황소들이 투우장에 있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리는 불꽃이 높이 솟아올랐다.

많은 투우사중에 단연 눈에 띠는 사람은 페드로 로매로라는 사람으로 19살 신예 투우사로 엄청난 미남이었다.

로메로는 제이크일행이 묵고 있는 호텔에 숙소를 잡아서 그들은 로메로와 인사를 하며 지낸다.

자유연애를 지향하는 브렛은 로메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브렛이 투우사에게 반하자 마이크는 참았던 분노를 로버트에게 폭발한다. 다음날 로버트는 사과하고 울면서 떠난다.

어찌했는지 브랫은 로매오를 유혹하는데 성공하고 축제 마지막 날 브렛은 로메로와 함께 달아나 버린다.

축제는 끝나고 빌, 마이크는 각자의 행선지로 뿔뿔이 떠나고 제이크는 산 세바스티안에서 잠시 머문다.

그런데 마드리드의 한 호텔에서 제이크에게 전보가 오는데 브렛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빨리 와달라는 것이다.

마드리드에 가보니 로메로는 떠나가 버리고 동전 한 푼 없이 브렛이 혼자 남아 있는 것이다.

브렛은 화냥년이 되고 싶지 않아서 로메로를 떠나보냈다고 말하며 마이크 한테로 돌아갈래하면서 흐느낀다.

제이크는 브렛에게 마드리드 구경을 하자며 택시를 탄다

, 제이크 우리 둘이서 얼마든지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는데브렛이 말했다.

앞쪽에는 카키색 제복을 입은 기마 순경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가 바통을 들었다.

그러자 자동차가 갑자기 속력을 늦추었고 브렛 몸이 내 쪽으로 쏠렸다.

그래 맞아. 그렇게 생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아제이크가 말했다.

이렇게 소설은 끝난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책을 펴면 첫 페이지에

두 제사가 있다

거트루트 스타인은 헤밍웨이에게

당신들은 모두 길을 잃은 세대요.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이다.

태양은 뜨고 지지만

떠올랐던 곳으로 서둘러 간다.

남쪽으로 불다 북쪽으로 도는 바람은

돌고 돌며 가지만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강물이 이 모두 바다로 흘러드는데

바다는 가득차지 않는다

강물은 흘러드는 그곳으로

계속 흐른다.

전도서 1장1절~7절

 

헤밍웨이는

잃어버리다니!

우리는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아주 견고한 세대라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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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940년에 발표된 헤밍웨이 대표작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고 실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게릴라로 활동했던 헤밍웨이 자신의 경험으로 쓴 것이다.

주인공 로버트 조던은 미국 사람으로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던 강사 출신이다. 그는 19375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해서 공화국 편에서 파시스트 반군에 대항하고 있다.

그는 상관인 골즈 장군으로부터 세고비아 공격의 사전 단계로 한 철제 다리를 폭파 하라는 명령을 받고 미리 섭외해온 안셀모 노인을 안내로 과다라마 동굴지대로 와서 인근 게릴라 민병대의 협조를 받고자 한다. 길을 안내한 안셀모 노인은 강인하고 순수한 성격이었고 파블로라는 소규모 민병대장을 소개한다. 파블로는 얼마 전에 있었던 기차 폭발에도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로버트는 다리폭파 협조를 구하지만 파블로는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협조하지 않아 대원들과 갈등을 빚게 된다. 그래서 그의 아내 필라르가 남편 대신 대장의 위치에 서게 되는데 작전 수행에 능숙하여 동지들을 다스리고 아우스틴, 페르난도, 안드레등과 협조해 작전을 계획한다. 그리고 필라르는 마리아라는 여자를 돌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시장이었지만 파시스트에게 총살당하고 어머니마저 총살를 당한다. 자신은 강간을 당하고 삭발까지 당한다. 로버트는 요리 쟁반을 들고 동굴 밖으로 나오는 마리아를 보고 첫눈에 홀딱 반한다. 그 순간을 눈치 챈 필라르는 그날 밤 로버트의 침낭 속으로 마리아를 들여보내고 두 사람은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3일 뿐이다. 마리아와 함께 잔 후 그의 신념과 정치적 견해에 이상이 생겼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고집하고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인민의 적 따위의 여러 단어들이 무비판적으로 그의 가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혁명적이고 애국적인 여러 가지 틀에 박힌 단어들이 그의 마음에 아무런 비판도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말이 진리이긴 했지만 너무나 쉽게 무턱대고 지나칠 정도로 사용해 왔었다. 어제 밤부터 오늘 오후에 이르기까지 그의 마음은 이 문제에 대하여 더욱 명료해지고 또 결백해져 가고 있었다. 이념을 맹신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녀가 그의 결의를 흔들리게 한 일은 없었지만 그는 죽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 같았다. 그는 기꺼이 영웅이나 순교자니 하는 따위의 최후는 포기하고 싶었다. 그렇다. 언제까지나 마리아와 함께 살고 싶다. 결국 이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녀와 더불어 언제까지나, 그 언제까지나 살고 싶은 것이다. 왜 그녀와 결혼하지 않는가?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제 바로 결혼하기로 하자. 전쟁이 끝나면 마드리드로 가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다. 그러면 우리는 아이다호 주의 선 밸리 또는 탯사주 주 코퍼스 크리스티의 로버트 조던 부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가을 학기 까지 대학에 돌아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랫동안 참 이상한 생활만 해 왔다. 조던은 생각에 잠겼다. 몇해 동안 여름을 토목공사나 숲속의 도로 건설를 위해, 그리고 공원에서도 일했으며 화약 다루는 법을 배웠고, 그러는 사이 파괴라는 일이 건전한 늘상 있는 일처럼 되고 말았다. 늘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마음의 여유가 없긴 했으나 건전한 일이긴 했던 것이다. 일단 네가 파괴라는 관념을 문제로 받아들인 이상 그것은 어디까지나 문제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네가 그것을 가벼이 생각했는지 어떠했는지 알 수 없으나 그것에 파생되는 그리 좋지 않은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암살을 그럴싸하게 완수하는 조건에 근접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으나 그것은 필시 파괴가 수반되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살인이 전보다 덜 잔인해질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난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섣불리 덤벼들었나 보다 더군다나 네가 공화국 근무에서 물러났을 때 무엇이 되어 있을까? 그것이 상당히 의아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자기의 경험을 낱낱이 글로 써 버린다면 그런 것쯤은 전부 씻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네가 글을 쓸 수만 있다면 훌륭한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다. 다른 책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네가 가지고 있는 인생 혹은 앞으로 가질 인생이란 오늘밤, 내일, 오늘밤 내일 이렇게 자꾸자꾸 계속되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있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그것에 감사하면 그만이다. 만약 다리 일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지금 잘 되리라는 확신은 서지 않는다.

그러나 마리아만큼은 좋았다. 참 좋았다. 아아, 참으로 진심으로 어쩌면 이것이 현재 내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내 인생이고, 내 인생은 70년이 아니라 48시간, 아니 기껏해야 70시간 내지 72시간일지도 모른다. 하루는 24시간 ,72시간은 딱 사흘밖에 안 된다. 70시간 동안에 못지않은 인생을 누린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비록 그 70시간이 시작되는 그때까지 그 사람의 인생이 풍요롭기 이를 데 없었고 또 그 사람이 어떤 나이에 달해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마리아와 함께 있으면 글자 그대로 죽어도 좋을 만큼 그녀가 좋아진다. 이렇게 되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만약 내 인생이 70년을 팔아서 70시간의 그것을 산다 해도 지금의 나로선 하나도 아까울 것이 없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만약 영원한 세월이나 앞으로 남은 생애나 이제부터라는 것이 없고, 있는 것이라곤 현재뿐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현재야말로 찬양되어야 마땅하며 그것을 가지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 현재-----현재만이 오로지 전세계이며 자신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필라르같은 여자가 특별히 이 처녀를 네 잠자리 속으로 밀어 넣어 주었는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지? 지금 눈으로 보는 그대로다. 필라르가 그녀를 잠자리 속에다 밀어 넣어 주었다고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생각하지 말라 너는 그것을 알고 있다. 너는 꿈에도 생각지 않은 연애를 시작한 이상 그리고 너는 스스로 그것이 연애라는 것을 알고 ,또 그녀가 요리를 담은 쇠 쟁반을 들고 나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금세 반하고만 것은 안 이상 이제 새삼스레 그것을 진창 속에 굴려 본댔자 아무 쓸모없는 일이다. 그때 그것은 너의 급소를 찔렀다. 솔직히 인정해라. 그리고 필라르가 마리아를 너에게 밀어 넣어 준 것이지만 그녀의 처사는 현명한 것이다. 그녀는 이 처녀의 시중을 지금까지 들어 주었고 처녀가 요리쟁반을 들고 동굴 안으로 돌아온 그 순간 재빠르게 앞으로 다가올 일을 간파하고 만 것이다. 그 덕분으로 어젯밤 일이 있었고 오늘 오후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저주 받을 너란 인간보다는 더 개명된 여자로,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시간의 가치에 대하여 어떤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 했다. 그것은 모두가 잃은 것을 타인에게만은 잃지 않도록 해주기 위한 배려다

인간이란 어떤 것을 잃으면 쉽게 체념되지 않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법이다.

이제 앞으로 그녀와 함께 있을 시간은 꼭 이틀이다. 일생을 같이 살 수도 없는 일이고 사람들이 늘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런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지나간 하룻밤과 오늘 오후 내일 밤 어쩌면 그뿐일지 모르는 것이다.

만약 이틀 밖에 존재 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네 일을 해라. 그러면 너는 긴 인생을, 그것도 꽤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촤근에 인생은 즐겁지 않았던가이렇게 로버트는 작전을 수행하는 순간 순간 마리아와 사랑을 나누며 전쟁이 끝난후 마리아와의 미래를 상상한다. 마리아와의 진정한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과 마리아와의 일체감을 느낀다.

다음날 로버트는 안셀모에게 다리를 감시하며 지나다니는 모든 병력이나 차량에 대해서 적어둘 것을 부탁한다. 그 후 그는 필라르와 마리아와 함께 근처 소규모 게릴라대장인 엘소도르영감을 찾아가 작전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다. 엘소도르영감은 다리 폭파를 예정보다 빠른 날로 수행하라고 했지만 계획된 날짜가 아니라서 조던은 그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날 5월인데도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눈이 내리면 발자국이 남아 작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차량 감시 임무를 맡은 안셀모는 바람을 피해 커다란 나무기둥에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휘몰아치는 눈보라 사이로 신작로를 내다보고는 소나무에 기댄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 영국 사람(로버트)은 교대할 사람이 올 때까지 있으라고 했지만 너무 오래 이렇게 있다간 얼어 죽을 것 같다. 잠깐만 더 있다가 캠프로 돌아가자 신작로에는 이상한 이동이 없고 길 건너편 제대소가 있는 초소의 배치와 활동 상황도 잘 파악하고 있다  지금쯤 그 젊은이가 오고 있을지도 모르지 내가 이 자리를 떠나면 그 친구는 나를 찾느라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훈련 부족과 명령에 대한 불복종 때문에 우리 편은 얼마나 수많은 피해를 입었는지 모른다.

얼마 후에도 오지 않으면 나는 돌아가야만 한다. 보고할 자료도 다 되었고 할 일이 얼마든지 남아있다. 이곳에서 얼어 죽는 건 어처구니없고 아무 소용도 없다

신작로 건너편에 있는 제재소 연통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저놈들은 따뜻하겠다고 그는 생각한다. 현재는 좋은 기분이지만 어디 내일 밤에 보자, 네놈들은 없어질 것이다. 이건 이상한 생각이다. 난 이런 생각은 딱 질색인데. 난 종일토록 놈들의 망을 보고 있었지만, 놈들은 우리들과 똑같은 인간이다. 내가 제재소에 있는데 까지 가서 문을 두드리면, 놈들은 모든 여행자들을 검색하고 신분증을 보라는 명령을 받고 있지 않은 한 나를 기꺼이 맞아 줄 것이다. 나는 믿는다. 녀석들과 나 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은 명령뿐이다. 저곳에 있는 녀석들은 파시스트가 아니다. 난 녀석들을 그렇게 부르지만 놈들은 그렇지 않다.놈들은 우리들과 다를바 없이 가난뱅이다. 놈들은 결코 우리들을 적대시할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정말 질색이다. 안셀모는 사람은 죽이는 일은 맡지 않기를 바랐다. 전쟁이 끝나면 살인에 대한, 그에 상응하는 속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만약 종교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어떤 형식으로든 공식적인 속죄행위가 있어야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살기위한 인도적 기초가 없어지고 말 것이 아닌가. 살인이 필요하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역시 그러한 행위를 한다는 것은 하나의 인간으로서 옳지 못한 일이다. 이번 전쟁이 종결되고 승리가 돌아오면 어떤 형식으로든 속죄행위가 있어 그럼으로써 우리들의 마음을 깨끗이 씻을 필요가 있다고--- 혼자 있을 때면 이 살인 문제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았다. 눈은 갈수록 더더욱 심해진다. 오늘 밤중에 다라를 해치워 버렸으면 좋겠는데     밤이 오면 항상 마음이 텅 비는 것 같았는데 오늘밤은 유달리 쓸쓸한 것이 마치 굶주림과 같은 공허가 가슴 속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 난 외롭다. 나에게는 아내가 없다. 이 운동이 있기 전에 마누라가 죽어 준 것이 다행이다. 나는 자식도 없다. 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대낮일지라도 외로워진다. 그렇지만 밤은 가장 외로운 때다. 그러나 단 한가지 내 자랑은 어떠한 사람도 어떠한 신도 나에게 빼앗아 가지 못하는 것은 내가 공화국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 왔다는 사실이다. 나는 훗날 백성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위해서 고된 일을 해 온 것이다. 이 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나는 무엇 하나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 오직하나 마음에 걸리는 일은 사람을 죽인다는 것뿐이다. 나는 그 일로 영국 사람과 이야기 하고 싶다   

기다리던 로버트가 왔다. 안셀모는 행복했다. 자신이 망을 보던 장소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을 그는 마음속으로부터 기뻐했다. 노인이 캠프로 돌아갔었다 해도 별 지장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인은 명령대로 그곳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은 스페인에선 정말 드문 일이다. 로버트는 안셀모로 부터 보고를 듣는다. 다음날 새벽에 로버트는 반군의 기병대 하나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총력을 가해 살해한다. 죽은 기병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서류와 군대 수첩을 보니 나바라의 타팔라 태생으로 나이는 스물 한 살 미혼이였다 나는 어쩌면 팜플로나의 축제 당시 황소들의 앞장을 서서 거리의 한복판을 내달라고 있던 이 젊은이를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전쟁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기가 죽이고 싶은 녀석을 죽이진 못한다고 그는 중얼 거렸다 마음을 고쳐먹고 서류를 읽고 오빠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누이동생의 보낸 편지와 전사했거나 중상을 입은 타팔라 출신 젊은이의 이름이 열개쯤 적혀있는 편지를 읽었다. 로버트은 편지와 서류를 묶어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일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라고 스스로 타일렀다. 그렇지만 그리 쉽사리 잊어버려질 것 같지 않았다.

지금까지 네가 죽인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그는 스스로 물어 보았다.

나는 몰라. 너는 사람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죽여야만 했다. 그들은 모두 아군과 대항하고 있는 군에 속해 있는 적이다. 그렇지만 너는 스페인을 통틀어 어디보다도 나바라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너는 나바라 사람을 죽인 것이다. 살인행위가 잘못이라는 걸 모르는가? 물론 알고 있다. 그래도 죽이는 거야? 그렇다. 그래도 너는 네 행위의 목적이 옳다고 절대적으로 믿는가? 믿는다. 옳고 말고 하고 그는 자신을 안심시키려고 가 아니라 도리어 자랑스럽게 자신에게 속삭였다. 나는 인민을 믿고, 인민이 원하는 대로 스스로를 다스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너는 살인행위를 옳은 일이라 믿어서는 안 된다. 너는 필요하고 피할 수 없는 일로서 살인행위를 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모든 일이 그릇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너는 사람을 몇 명쯤 죽였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모른다. 기차를 폭파해서 일시에 여러 명을 죽였으니 아주 엄청난 숫자다 그래도 확실한 수는? 한 스무 명은 넘겠지. 분명한 건 두 사람 뿐이다. 아군이 우세라에서 두 사람을 포로로 삼았을 때 내가 총살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 그땐 마음이 거리낌이 없었던가? 거리끼지 않았다 동시에 기분도 나지 않았겠지? 그렇다 나는 두 번 다시 그런 짓은 안 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피해 왔었다. 무장하지 않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애써 피해 왔었다.

이런 생각은 그만 집어치우는 게 좋지 않겠어 너를 위해서도 네 일을 위해서도 이것은 아주 좋지 못하다.

그러자 그의 내부에 있는 자기가 반발을 했다. 어이, 너야말로 잘 들어라, 알겠나? 지금은 네가 중대한 일을 하고 있는 중이고 나는 네가 그것을 항상 잘 인식하고 있도록 주의하고 있어야 하니까 이렇게 말하는거다. 나는 네 머리가 올바른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 놓아야겠다. 왜냐하면 만약 네가 머리의 구석구석까지 정직해 있지 않다면, 이제는 네가 하고 있는 일을 할 권리가 네게는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일은 전부 범죄 행위가 될 것이며, 어떠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더욱 좋지 않은 일을 방지하지 못하는 한 타인의 생명을 뺏을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솔직히 인정하고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렇지만 나는 내가 죽인 사람 수를 마치 상패의 수라도 자랑하듯이 불쾌한 방법으로 셈하기는 원하지 않는다.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는 것은 내 권리다. 수를 잊어버리는 것 또한 내 권리다. 아니, 그렇진 않아 하고 마음속의 자신이 속삭였다. 어떤 일이고 잊어버릴 권리란 네게는 없다.

어떠한 일이든 눈을 감거나 잊어버리거나 가만히 두거나 바꿀 권리는 네게는 없는거야. 어떠한 일이든 너는 자기를 속일 권리는 없는거야.

그런데 내가 마리아를 사랑하는 건 상관없을까? 상관없고 말고 하고 마음속의 자신이 대답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데 있어 결코 자신을 속이지 말라 이것이야말로 보통 사람들에게 전부 얻어걸릴 수 있는 행운이 아닌 것이다. 마리아와 함께 갖게 된 것은 그것이 비록 오늘 하루와 내일의 일부밖에 계속되지 않는 것이든 또는 긴 평생 동안 계속될 것이든,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확실히 말해두지만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진정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너도 그것을 가지고 있다. 비록 내일 죽는다 할지라도, 그와 같은 사랑을 지녔으니 너는 행복한 사나이다.

귀먹거리 영감(엘소르도)은 로버트의 탈출을 돕기 위해 말을 세필을 훔쳐서 쏟아지는 총알를 피해 천신만고 산꼭대기까지 왔다. 기어오르는 적에게 총알 세례를 퍼붓고 있지만 어떤 위험이 닥쳐올지 몰라 등 뒤가 오싹오싹 죄어드는 것 같았다

산에는 계속 눈이 남아 있어서 그들 일원의 파멸의 근원이 되었다. 말도 한필 죽었고 산꼭대기까지 올라온 다섯 사람 중 세 사람이 부상을 당했다. 은폐물을 이용하여 다섯 개의 모난 별처럼 흩어져 사력을 대해 싸웠지만 모두 비행기 폭격을 당했다로버트는 총성이 그쳤을 땐 아무렇지도 않은 것같이 생각 되었다. 그러나 고요함이 계속되는 동안 어쩐지 자꾸만 텅 빈 것 같은 공허감이 그의 가슴에 찾아왔다. 그 후 수류탄이 터지고 다시 사방이 잠잠해지고 고요함이 언제까지나 계속 되자 그때서야 겨우 모든 것이 끝나고 만 것을 알았다. 안셀모 노인에게 신작로쪽 상황을 보고 받은 로버트는 반군이 이 지역에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음을 확인하고 골즈장군에게 공습을 중지하라는 보고서를 써서 안드레을 통해 보낸다. 안드레는 어두운 밤길를 걷고 있었다. 철조망에 걸려 있는 자동 발포 총을 피하고 개울을 건너고 풀밭을 가로질러 갔다. 그는 이 심부룸을 끝마치고 초소 습격에 알맞게 아침까지는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난 과연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혹은 돌아가고 싶은 척만 하고 있을 뿐인가?

편지를 가지고 가라고 영국 양반이 말했을 때, 마치 살아난 듯한 안도감을 느끼던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때까진 그는 침착한 마음으로 내일 새벽전투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완수해야만 할 일이었다. 그것에 찬성하고 그것을 수행할 생각으로 있었다. 그러나 영국 양반이 그 보고서 이야기했을 때 마을 축제날 아침 눈을 뜨니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리고 땅이 젖어 있었기 때문에 광장에서 벌어질 아마추어 투우가 중지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그는 마을에 투우 행사가 있을 때는 자기 마을은 물론 인근 마을의 어떤 사나이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용감했고 다른 투우사들 사이를 헤치고 황소 뿔로 뛰어드는 것이 자기의 임무인 줄로만 생각했다. 황소의 어깨에다 자기 몸의 중량을 내맡긴 채로 목덜미에다 칼을 들이박으면 뜨거운 핏줄이 솟아나와 그의 주먹을 적신다. 그동안에 그의 왼팔은 마치 어깨에서 떨어져나가 버린 것마냥 감각을 잃고 만다. 마침내 황소가 쓰러지면 그는 황소의 귀를 물어뜯고 황소에게 찰싹 붙어 목덜미와 턱이 굳어질 정도로 꼭 억누르고 있었을 때 사람들은 장하다 불독 자네 어머니 만세하고 소리를 치는 것이다. 긍지도 느끼고 칭찬도 듣지만 부담감으로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어떤 일 있더라도 해마다 축제날에는 그 짓을 빼놓은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빗소리를 들으면서 그 기분, 오늘 하지 않아도 좋다는 그 안도감만큼은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 꼭 돌아와야 한다. 그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나는 초소와 다리 일을 위하여 돌아와야 한다. 우연히 이 심부름 부탁을 받은 것을 기화로 해서 이번 싸움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치다. 안드레는 공화국측 전선으로 통하는 험한 산비탈의,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가시금작화 숲속을 올라가고 있다.

로버트는 안드레 일을 걱정하면서도 그에게 맡겨진 다리 푹파 작전을 계속 준비한다.

당일 아침이 되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조던은 게릴라 대원들을 각자 위치에 대기시키고 다리는 무사히 폭파 하지만 안셀모노인은 목숨을 잃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미리 준비한 말을 타고 도망가는데 조던의 말이 총탄에 맞아 쓰러지고 조던은 그 말에 깔려 다리가 부러진다. 더는 갈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을 한 조던은 필라르에게 마리아를 부탁한다.

그곳에 남겠다고 울며 매달리는 마리아에게 당신은 가야해. 그렇지만 난 당신 곁을 떠나는 게 아니야. 둘 중하나가 있는 한 둘은 다 그곳에 있는 거야. 당신이 떠나 주면 나도 함께 가는 거야. 우리 둘이 당신 속에서 같이 가는 거야. 당신은 우리 둘이 함께 가는거야. 자 일어서! 이제 당신은 나이기도 해. 당신은 미래의 나의 전부라고.  빨리 가"

그녀는 울면서 머리를 숙인채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나 다시 쓰러지듯 주저앉는다. 얼마 후 또다시 일어서. 제발 ,아가찌하고 그가 말하자 맥없이 다시 일어섰다. 돌아보는 마리아에게 돌아봐선 "안 돼 빨리 가파블로와 필라르가 그녀 옆에 바싹 붙어서 말을 달린다.

로베르토! 나도 남게 해 줘요!”뒤를 돌아보며 마리아가 안타깝게 소리친다. “난 당신과 함께 가는 거야조던도 큰 소리로 외쳤다.

아구스틴은 영국 양반 , 쏴 죽여주리까?” 조던은 그럴 필요 없어. 빨리 가 줘“  "럼 잘 있수 ,영국 양반아구스틴은 말머리를 돌려 마치 전쟁을 저주 하듯 오른쪽 주먹을 휘두르고 도랑 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는 도랑길이 숲속으로 꾸부라져 들어가는 모퉁이에서 다시 한 번 뒤돌아보며 주먹을 휘둘렀다. 조던은 손을 흔들었다. 곧이어 아구스틴의 모습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혼자 남은 조던은 동료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기관총을 겨누며 적군을 기다린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는

17세기 영국 성공회 성직자 존 던(John Donne)의 시에서 나왔다.

누구도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일부분,

전체의 한 부분이다.

만약 흙덩이 하나가 바다에 씻겨 나간다면

유럽대륙이 그만큼 작아진 것이고

바다의 곶도 그러할 것이며

네 친구나 너 자신의 영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의 죽음이라도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도 온 인류에 속해 있으니까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마라.

그 종은 너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모두 한 인간인데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일어난다.

인류는 모두 한 덩어린데 상대방이 죽으면 나의 한 부분도 떨어져나간다는 뜻이 아닐까?

세계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이라는 것

결국 이 종소리는 나에게, 전쟁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울리는 것이다

헤밍웨이의 보편적 인류애를 말해 주는 것 같다.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영화 시사회에 가서 감독을 때려 이가 부러졌다고 한다.

전쟁 중에 나오는 사람들의 불안, 초조, 두려움, ,죽음에 대한 생각, 살인에 대한 죄의식, 사랑, 희망, 인류애의 깊은 사고보다는 전쟁 중에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뿐으로 느꼈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그래서 나는 나오는 인물들의  생각의 흐름을 정리해서 길게 써보았다.

600쪽에 달하는 책 속에 흩어져 있는 인물의 생각, 자신과의 대화를 어떻게 영화에서 구현 할 수 있었을까? 어려울 것 같다. 나도 견출지를 부쳐가며, 앞, 뒤를 다시 읽어가며 흐름을 따라가며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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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1936~1939년 스페인 내전이 배경

스페인은 1936년 인민 전선 공화파가 선거에서 승리 한다.

그러자 프랑코 장군이(아프리카 파견군 총사령관)이끄는 군대가 반란을 일으켜서 스페인 내전으로 휩쓸린다. 이름은 국내전이지만 사실 국제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군부 프랑코장군은 카토릭 교회, 부유한 브루조아, 이탈리아, 나찌 독일로부터 도움을 받고

이민전선 공화파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노동자, 무정부주의자, 멕시코 소련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또 스페인 내전 당시 유럽에서는 인민 전선 공화국 정부를 지지하는 많은 지식인 의용군으로 참전한다.

세계 각지에서 좌익 진영과 극우 파시즘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자들 약32000명으로 구성된다.

이것이 국제여단이디

앙드레 말러, 어네스트 헤밍웨이도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롤 왔다가 게릴라로 활동하고 그 경험으로 쓴 책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이다. 조지오웰도 내전에 참여 하면서 일기로 쓴 것이 카탈로니아 찬가이다.

조지 오웰도 영국 신문기자로 기사를 쓰기 위해 왔다가 통합 노동당의 일원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다.

이유는 그 시기 (193612월말) 그 분위기에서는 그것이 해볼 만한 가지가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카탈로니아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다.

혁명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중이었다. 바르셀로나는 상황이 깜짝 놀랄 만하고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노동계급이 권력을 잡은 도시에 들어가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좀 크다 싶은 건물은 거의 노동자들이 장악했다. 건물마다 빨간색 깃발이나, 검은색과 빨간색이 섞인 무정부주의자들의 깃발이 드리워져 있었다. 교회는 내부가 거의 박살났고 노동자 무리들은 여기저기서 조직적으로 교회를 철거했다. 상점과 카페마다 집산화 되었다는 글이 붙어 있고 구두닦이들의 점포조차 집산화 되어 빨간색 검은색으로 칠해 놓았다. 웨이터와 매장 감독들은 손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동등한 입장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굴종적인 말투나 격식을 차린 말투까지도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낮 동안은 물론이고 밤 늦게까지 확성기에서 혁명가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가장 신기한 것은 겉으로 보면 그 도시의 부유한 계급이 실질적으로 멸절된 곳이었다. 소수의 여자와 외국인들을 제외하면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거의 모두 파란 작업복을 입거나 의용군 군복을 약간 고쳐 입었다. 이 모든 것이 신기했고 감동적이었다. 이해 못하고 마음에 들지 않은 면도 있었지만 그러나 그는 즉시 그 도시의 모습이 싸워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다. 또한 그는 눈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라고 믿었다. 그것이 정말로 노동자들의 국가이며 모든 브르주아지는 달아났거나, 죽임을 당했거나 아니면 자발적으로 노동자들의 편으로 넘어왔다고 믿었다. 많은 수의 부유한 부르주아지가 기회를 엿보며 당분간 프롤레타리아 행세를 하고 있을 뿐임을 깨닫지 못했다.

도시는 전쟁으로 흉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생필품은 부족하고 특히 빵이 부족하여 빵을 구하려는 줄은 수백 미터씩 늘어서곤 했다. 생활비는 매우 낮았으나 눈에 띄게 곤궁해 보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거지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혁명과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갑자기 평등과 자유시대로 들어섰다는 느낌이었다. 인간은 자본주의 기계의 톱니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평등의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레닌 병영에서 형식적으로는 전선에 가기 위한 훈련을 받았다.

점차 신병에게 제복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딱히 제복이이라고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제각각복 )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다. 제복은 이 공장 저 공장에서 만들어 지급했다.

셔츠와 양말은 면으로 만든 형편없는 제품으로 추위를 이기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교육은 연병장 훈련인데 가장 어리석고 낡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우향우, 좌양좌, 뒤로 돌아, 차려 자세로 3열종대 행진 등, 내가 열다섯 살 때 배웠던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들이었다. 병사를 훈련시킬 기간이 며칠밖에 없다면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숨는 방법, 열린 공간으로 전진하는 방법, 보초를 서고 흉벽 쌓는 방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기 다루는 법, 그러나 마음만 뜨거운 어린 무리는 며칠 후면 전선에 내 던져질 것임에도 소총을 쏘거나 수류탄의 핀을 뽑는 방법조차 아직 배우지 못했다.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나자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여전히 갈 데 없는 오합지졸이었음에도 상부에서는 그들이 사람들 앞에 내 놓을 만큼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아침이면 에스파냐 광장 너머 작은 산에 있는 공원까지 뻣뻣한 자세로 가슴을 쑥 내밀고 행군을 했다. 군인답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모두 비무장이었으며 제복은 여기 저기 찢어져 누더기나 다름이었다. 의용군 체계 전체에 결함이 있었다. 병사들은 어중이떠중이다. 그들 가운데 몇 퍼센트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들이었다.

부모들이 열다섯 살짜리를 소년 의용군에 넣으려고 데려왔다. 부모들은 의용군 임금인 일급 20페세타 때문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내일 내일 여러 번 연기가 이루어진 뒤에 갑자기 두 시간 뒤에 전선으로 출발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무시무시한 소란 끝에 전선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다시 화물차를 타고 알쿠비엘레에 도착했다.

전선 근처는 전쟁의 특유한 냄새가 났다. 배설물, 음식 썩는 냄새 마을은 요새와 같은 모습이다. 부대가 끊임없이 오고가는 바람에 말 할 수없이 더럽고 수세식 변기나 하수도 같은 것이 없었다. 발 조심하지 않고 마음대로 걸어 갈 수 있는 땅을 1평방미터도 찾기 힘들었다. 교회는 변소로 사용하지 오래였다. 알쿠비에레에 머문 지 사흘째 소총이 도착했다. 그는 소총을 보고 그만 질려버렸다.1896년에 독일에서 제작된 모제르 소총이었다. 40년도 넘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녹이 슬어 노리쇠는 뻑뻑하고 나무로 만든 총신 받침은 금이 가 있었다. 총구는 봐도 부식이 심해 고쳐 쓰기 어렵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추위에 대한 공포로 내내 시달렸다. 참호 속의 추위, 소름끼치는 새벽의 경계근무, 얼어붙은 소총을 들고 오랜 시간 서 있어야하는 보초근무, 군화를 덮는 차가운 진흙 등을 생각하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그와 함께 행군하는 사람들을 보며 공포를 느꼈다. 우리가 얼마나 형편없는 오합지졸이고 공화국을 수호한다는 자들이 다룰 줄도 모르는 낡아빠진 소총에 남루한 차림의 아이들 무리라는 사실이 두렵게 느껴졌다. 전선에서 파시스트 참호는 7백미터 거리에 있었다. 이런 거리라면 소총이 무용지물이다. 파시스트는 개미처럼 보였다. 전선을 보고 그는 심한 메스꺼움을 느꼈다. 이것이 전쟁인가? 적과도 만날 수가 없는데....

참호전에서는 다섯 가지가 중요하다. 땔감, 식량, 담배, 초 그리고 적이다. 적이 가장 나중이다. 밤에는 늘 기습 공격을 염두에 둘 수 없었기 때문에 불안했다. 그러나 그때를 제외하면 아무도 적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멀리 떨어진 검은 벌레들에 지나지 않았다. 이따금씩 뛰어다니는 것이 눈에 뛸 따름이다. 실제로 양군이 가장 관심을 쏟는 문제는 추위를 쫓는 것이다. 그는 스페인에 있을 때 전투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는 1월부터 5월까지 아라곤 전선에 있었다.1월부터 3월까지는 테루엘 지역을 제외하고는 그쪽 전선에서는 거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3월에는 에스카 주위에서 큰 싸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은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나중에 6월에는 우에스카에서 엄청난 공격이 있었고 그때 수천 명이 죽었다. 그러나 그는 그 일이 일어나가 전에 부상을 당해 불구가 되었다. 물론 심한 기관총 사격은 많이 받아보았다. 그러나 먼 거리에서였다. 그가 있던 사라고사 주위의 산은 전선이고 교착 상태였기 때문에 권태와 불편이 섞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도시 사무직원의 생활처럼 하루하루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거의 규칙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초근무, 정찰, 참호 파기 참호파기 정찰 보초근무. 파시스트 국왕파가 주둔하는 산꼭대기마다 초라하고 지저분한 병사들이 깃발 주위에 똘똘 뭉쳐 벌벌 떨면서 온기를 유지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밤낮으로 의미 없는 총알들이 텅 빈 골짜기를 가로 질렀다. 그러나 그 총알이 사람 몸에 맞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는 을씨년스런 겨울 풍경을 둘러보며 이 모든 쓸모없는 짓에 놀라곤 했다.

어떤 결말에도 이르지 못하는 전쟁! 10월쯤에는 그 산들을 차지하기 위한 야만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그러다가 이제 병력과 무기, 특히나 포가 부족하여 대규모 작전은 불가능해졌다. 각 부대는 자기가 차지한 산꼭대기에 땅을 파고 주저앉아 버렸다. 의용병들은 왜 공격을 허락해 주지 않는지 알고 싶어 늘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적이 먼저 도발하지 않는 한 오랫동안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것은 전쟁이아니라 이따금씩 사람이 죽어나가는 희가극이라 했다.

그는 전선에서 백오십 일을 보낸 뒤에 휴가를 얻었다. 그 당시 전선에서 보내는 이 기간이 자기 인생에서 무익한 시기로 여겨졌다. 파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의용군에 입대 했으나 제대로 싸워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수동적인 물체처럼 그냥 존재하고만 있었다. 배급받은 식량에 보답하기 위해 한 일이라곤 기껏 추위와 수면 부족을 견딘 것뿐이었다.

기차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들어서자 파리나 런던에 도착했을 때와 같은 이질적이고 적대적인 분위기를 느꼈다. 혁명적 분위기가 사라졌다. 영국에서 갓 건너온 그에게는 바르셀로나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노동자의 도시를 닮았다. 그러나 그 곳은 다시 평범한 도시로 변했고 노동 계급의 지배를 보여주는 외적인 표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군중의 변화는 깜짝 놀라 정도였다. 의용군 제복과 푸른 작업복은 거의 사라졌다. 모두들 스페인 재단사들이 만든 멋진 여름 양복을 이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뚱뚱한 부자, 우아한 여자 늘씬한 차들이 눈에 띄었다.

며칠 동안 그는 수없이 많은 증거들을 통해 자신의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도시 전체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하나는 사람들 즉 민간인들이 전쟁에 관심을 잃고 또 하나는 빈부 상하의 계급 구분이라는 일반적인 사회현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패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나 대다수가 전쟁이 끝나기를 바랬다. 정치적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프랑코와의 싸움보다도 무정부주의자와 공산주의자의 사이의 내분을 훨씬 더 강하게 의식했다. 도시의 표면적인 모습 속에 정치적 경쟁과 증오라는 무시무시한 감정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었다. 혁명이 진전되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혁명을 예방하기를 바라는 사람들 사이의 반목이었다. 결국 무정부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 사이의 반목이다.

파시스트 프랑코군과 한편이 되어 싸웠는데 이제 대항하던 한편이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내분이 생기고 집안싸움이 난 것이다.

카탈로니아 전역에서 소규모 충돌이 일어났다. 경찰 치안대는 무정부주의자들의 요새를 공격하고 노동자연맹과 노동계급을 추적 하면서 교회탑을 점거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무차별 사격을 한다. 사태는 점점 나빠져서 무정부주의자는 총을 들고 거리를 다니고 있다.

그는 휴가로 나와 있던 의용군과 같이 다시 전투에 휘말린다. 그들은 치안대를 상대로 싸웠다 호텔 첨탑건물 옥상에 진을 치고 소총을 든 채 보초를 서거나 교대를 한다 그는 이 시기가 평생 견디기 힘든 시간들에 속했다. 시가전으로 보낸 이 고약한 며칠보다 더 역겹고 더 환멸스럽고 또 피 말랐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이 무정부주의자와 경찰 사이에 소동이라고 했지만 어느 쪽도 경계를 풀지 않아 그냥 대치 상태가 이어진다.

며칠 후 분위기가 바꿔서 그냥 모두 생업으로 돌아가라는 호소를 했고 무정부주의자의 지도자들도 같은 메시지로 방송을 내보냈다. 아무도 전면적 내전을 원하지 않았다. 그랬다가 프랑코에게 패배 할 것을 걱정했다. 정부는 통일 노동당을 불법단체로 규정했다. 통일 노동자당이 가장 약한 당이고 이 도시 전에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의 휴가를 끝날 쯤 거리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정부주의자들의 깃발이 내려지고 카탈로니아 깃발이 펄럭이었다. 그건 노동자들의 패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모두 의미 없는 싸움에 싫증을 냈고 이 싸움에서도 현실적인 결론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사흘 후 그는 전선으로 돌아왔다. 예전처럼 순진하고 이상주의적인 관점에서 그 전쟁을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스페인에서 몇 주 이상 보낸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어느 정도씩은 환멸을 느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에 온 첫날 만났던 신문 특파원이 <다른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 전쟁은 사기요> 그 말이 점점 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추측할 수 있었다. 카발레 정부가 무너지고 공산주의자들의 영향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우익 정부가 들어서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정부는 단번에 노동조합의 힘을 분쇄하는 일에 착수할 터이다. 나중에 프랑코에게 승리해도 전망은 장밋빛이 아니다.

신문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눈속임이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쟁이 끝났을 때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민주주의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후 스페인은 완전히 분열되고 탈진한 나라가 될 것이다. 이 땅에는 독재가 들어 설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노동자 계급이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은 사라져버린 것이 명백하다. 그것은 곧 전체적인 움직임이 일종의 파시즘을 향하여 나아갈 것이라는 뜻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악랄하기 짝이 없는 프랑크의 독재였다

그는 전선에서 부상을 입었다. 총알이 목을 관통한 것이다. 치료를 받으면서 여러 병원을 거쳐 드디어 바르셀로나로 후송한다는 발표를 들었다 그는 간신히 바르셀로나에 있는 아내에게 도착 전보를 칠 수 있었다. 기차가 출발 하고 나서 기관사가 바르셀로나가는 것이 아니라 타라고나로 간다고 한다. 기관사의 마음이 바뀌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스페인답군!> 그는 생각했다.

어느 정도 부상이 회복되고 통증이 조금 가라앉자 그는 아내와 가능한 한 빨리 영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는 이 모든 곳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엄청난 욕구를 느꼈다. 정치적 의심과 증오가 뒤섞인 끔찍한 분위기로부터, 무장한 사람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거리로부터, 공습, 참호 기관총, 시끄러운 전차, 우유 없는 차 기름을 넣은 요리, 담배부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스페인과 관련된 그가 아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고 싶었다.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그에게 의학적으로 전투 부적격자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제대증을 얻으려면 전선 근처 병원의 군의관에 출두한 다음 시에타모로로 가서 서류에 통일노동자당의용군 사령부의 직인을 찍어야 했다. 트럭을 타고 시에타모로에 가서 기가 죽고 곤혹스런 기분으로 정신없고 짜증나는 걸음을 한 끝에 겨우 제대증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도 험난했다. 병원 침대에서, 도랑에서, 시립 숙박소에서 잠을 잤다. 운송수단은 지나가는 트럭에 올라 타야 한다. 길가에서 서너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온갖 고생을 하며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니 아내가 그의 귀에 대고 빨리 나자고 한다. 통일 노동자당이 불법화되고 <트로츠키주의자>로 몰아 거의 다 감옥에 가고 총살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페인을 구하기 위해 참전하여 죽을 고비를 넘기고 추위와 굶주림을 견딘 의용군들을 투옥시키고 총살하는 것이다. 그는 통일노동자당원이어서 피하지 않으면 체포된다. 투옥된 당원 중에는 가족, 국적, 생계 등 모든 것을 포기하고 파시스트와 싸우기 위해 온 사람도 있다.

그는 통일 노동자당이란 활자가 찍혀있는 의용군 카트와 동지들과 찍은 사진을 찢었다. 그러나 제대증은 가지고 있어야하는데 제대증도 위험했다. 거기는 29사단 직인이 찍혔는데 29사단이 곧 통일 노동당인 것이다. 그러나 제대증이 없으면

탈영병으로 체포된다. 그는 아내와 함께 스페인을 빠져 나갈 방법을 강구했다. 조만간 투옥될 것이 틀림없는데 그곳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 여권을 정리하려면 이틀은 걸릴 것 같았다. 스페인을 떠나려면 세 군데의 관공서에 여권 도장을 받아야 했다. 경찰서장, 프랑스영사, 카탈로니아 이민국. 물론 경찰서장은 위험했다. 그러나 영국 영사라면 그가 통일 노동당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도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히 <트로츠키주의자>란 혐의로 명단이 있을 것이고 그의 이름도 거기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운이 좋으면 명단 보다 그들이 먼저 국경에 도착 할 수도 있다. 서류가 완벽해도 국경에서 걸리면 체포된다. 그는 아내만 호텔로 보내고 다음 날 영국 대사관에서 만나기로 했다.

호텔에 가면 체포 되고 스페인 감옥에 들어가면 비참하고 열악하여 살아남기가 힘들다.

제대증을 얻기 위해 닷새 동안 짜증나는 여행을 하면서 도저히 잘 수도 없는 곳에서 잤다.

침대에서 자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갈 곳이 없었다. 잘 곳을 찾아 어둠 속을 헤맸다. 이윽고 교회와 마주쳤다 불에 타서 무너진 교회 잡석더미 속에서 누울 공간을 찾았는데 깨진 돌덩이들 때문에 등이 편하지 않았다.

다행히 친절한 영국 영사 덕분에 여권에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아슬아슬하게 여섯 달만해 프랑스 땅을 밟았다. 프랑스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다시 영국으로 왔다. 영국 남부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산뜻한 풍경을 지닌 고장일 것이다. 그쪽을 지날 때, 임항 열차의 편안한 쿠션 위에 앉아 평화롭게 배 멀미로부터 회복되고 있을 때는,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일본의 지진, 중국의 기근, 멕시코의 혁명? 걱정마라! 내일 아침이면 현관에 우유가 놓여 있을 것이고 <뉴 스테이츠먼>이 나올 것이다. 이곳은 내가 어린 시절 알던 영국 그대로이다. 철로 때문에 파헤친 곳은 야생화로 덮여 있다.

모두가 영국의 깊고 깊은 잠을 자고 있다. 나는 때때로 우리가 폭탄의 굉음 때문에 화들짝 놀라기 전에는 결코 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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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출신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11일 별세했다고 로이타 통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향년 94

1929년 체코 브르노에서 태어난 쿤데라는 작곡과 영화를 공부했다. 당시 공산 체제였던 체코에서 시와 극작품을 쓰며 프라하 고등 영화 연구원 교수로 일했다. 이때 남긴 초기작품이  [농담] [우스운 사람들] [이별의 왈츠] 등이 있다.

쿤데라는 1967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농담]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체코의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하면서 외압에 시달렸다. 197546세의 나이로 공산정권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고 1984에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펴냈다.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1968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삶과 사랑을 다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39세 나이로 프라하의 봄에 참여해 공산당의 전체주의를 비판한 쿤데라는 저서가 압수 당하고 집필과 강연 활동에 제한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쿤데라의 저작은 1989년 벨벳 혁명으로 체코의 공산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모국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쿤데라의 작품은 시점이 오락가락해서 읽기가 어렵다 [농담]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수월한 편이다.

농담 1967년작

1948년 체코의 전체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주인공 루드빅은 겨우 농담 한마디로 인생의 파멸을 경험한다.

때는 공산주의 혁명에서 성공한 후 사회주의 건설에 앞장서던 시절이었다. 루드빅은 자기가 좋아하던 여성 마르케타가 있었는데 방학 중에 같이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마르케타는 방학에 당의 교육연수에 참가 한다고 거절하면서 그 연수가 기대되고 신난다는 말을 한다. 루드빅은

질투심으로 거의 죽을 지경이다.

연수 장소에서 그녀는 루드빅에게 편지 보내면서 자신이 체험하고 있는 모든 것에 진정으로 동의하고 15분간의 아침체조, 보고, 토론회,노래 등의 모든 것이 황홀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건전한 정신이 그곳을 지배하고 서양에서 혁명은 이제 시간을 끌지 않을 것이라고 덧 붙이고 있다.

루드빅은 그녀의 주장하는 모든 것에 다 같은 의견이고 동의하나 단하나 나는 그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녀는 그곳에서 만족스럽고 행복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에게 무관심한 그녀에게 질투심이 나서 그녀의 마을 상하게 하기 위해 엽서를 보낸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움의 악취가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루드빅

질투심에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다. 이 농담이 주인공을 파멸로 이끈다.

이 사적인 편지가 공산당의 학생위원회로 넘어가고 완전히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사회주의 건설에 매진하는 젊은이들을 조롱하면서 스탈린의 적인 트로츠키를 찬양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질투심 때문에 가볍게 던진 농담이 사회의반역자가 된 것이다.아무리 농담이라고 변명해도 공산당 학생위원이고 동지애로 뭉친 친구들도 루드빅의 해명을 들어 주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루드빅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차기 위원장 제네맥에 의해 당과 대학에서 축출 당한다.

진실을 외면하고 인민재판으로 유배를 보내는 이런 사회에 대한 굉장한 증오와 환멸을 가지게 된다.

자신한테 일어난 모든 일에 상당한 배신감을 갖고 이 사건을 절대 잊지 않고 복수하리라 다짐한다.

루드빅은 당에서 제명당하고 학교에서도 제적당해 군에 입대할 수밖에 없었다. 군 생활은  혹독했고 

힘들었다.

아침에 탄광노역 오후에는 엄격한 훈련, 청소 작업, 정치 학습, 의무적인 합창 하루하루가 똑같이 이어졌다. 루드빅은 모든 것이 끝났다. 공부, 운동, , 우정, 사랑, 한마디로 의미 있는 인생행로는 끝난 것이다. 이제 가망없이 내가 놓여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15년의 강제 노역이 끝나고 고향에 방문해 옛 친구 야로슬라프를 만난다

야로스라프가 보기에 루드빅은 공산당원에서 냉소적인 현실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그런 루드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를 보고 다시 고향을 떠난다.

시간이 흘러 루드빅은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데 방송국에서 헬레나라는 기자가 취재를 나왔다.

루드빅은 헬레나와 대화를 하며 그녀가 자신을 제명했던 제마넥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마넥을 용서하지 못한 루드빅은 복수를 하고자 헬레나를 유혹해 집으로 데려와서 성관계를 가진후 그녀의 얼굴을 막 내리친다.그녀는 쾌락의 비명을 지른다.

가학적인 복수극을 끝낸 그는 크게 만족하면서 승리감을 느낀다.

러나 루드빅이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고향 모라비아 전통축제에서 제마넥을 만났는데 그 옆에 젊고 예쁜 브르조바라는 여자가 있었다.

제마넥은 과거 사건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루드빅과 헬레나 사이를 알고 있다는 듯 헬레나는 여전히 아름답고 능력있고 멋진 여자야 잘 만나봐하고 브르조바와 팔짱을 끼고 떠난다. 제마넥과 헬레나는 삼년 전부터 관계가 틀어졌고 헬레나가 이혼을 해주지 않아서 어떻게 떼어낼까 고민하던 찰라 였다.

루드빅의 복수는 제마넥을 도운셈이다. 복수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굴욕과 수치로 숨이 막혔다.

더 이상 복수하려던 상대는 존재하지 않고 15년 동안 칼를 품고 살다가 아무 소용도 없는 복수를 하고 깨달은 것은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그때 제마넥이 대학 강당에서 [교수대 아래서 쓴 르포]를 낭독 하면서 자신을 제명할때 그의 따귀를 때렸었야 했던 것이다. 미루어진 복수는 환상으로, 자신만의 종교로, 신화로 바뀌어 버렸다.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닌데 복수는 신화 속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채 그대로 남아 있다.

내가 그에게 날려야 할 따귀는 다시 되살릴 수도 다시 복구할 수도 없이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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